1.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성소
씨앗이 좋은 땅에서 많은 열매를 맺듯이 성소도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 생겨나 풍성한 열매를 맺습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바로 우리를 부르시는 성부, 우리를 파견하시는 성자, 우리를 축성하시는 성령의 신비가 드러나는 곳입니다. 성소를 위해서는 진지한 교회 정신과 하느님 백성의 사목적 요구에 아낌없이 응하려는 마음, 교구와 수도회 사제들의 성실한 상호 협력을 모든 차원에서 드러내고 발전, 강화시켜야 합니다.
2. 『여러분은 신령한 집을 짓는데 쓰일 산 돌이 되십시오』(1베드2.5)
인간 사회를 다시 그리스도화 하는 일은 전 세계 도처에서 절박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의 실현을 위하여 긴요한 것은 교회 공동체 자체의 구조를 먼저 개선하여 그리스도화하는 일입니다.
성소 육성을 위한 방대한 분야의 사목 활동은 어떤 면에서 그 중요성을 아직 완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그리스도교 공동체만이, 자녀들의 성장과 행복을 보살피는 어머니처럼, 성소를 정성스러이 받아들이고 그 성장을 돌보아 줄 수 있습니다. 다양한 모습을 한 교회 공동체 자체가 바로 성소 사목을 이끌어가는 주체이자 주역입니다.
그러나 우리 공동체들은 다양한 방식의 그리스도교 생활과 교회의 역할, 직무, 은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깊이 해야 합니다. 현대 세계의 도전에 직면해 있는 오늘날, 하느님 나라의 전파를 위해 일할 일꾼들을 끊임없이 청하라고 하시는 주님의 분부에 따라 성소 증진에 투신하기 위해서는 더욱 대담한 복음적 용기가 필요합니다.
3. 『여러분이 전에는 하느님의 백성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하느님의 백성입니다』(1베드2,10)
하느님의 선물인 그리스도인의 성소는 모든 사람이 받은 유산입니다.
결혼한 부부든 축성된 사람이든, 모든 사람은 복음을 선포하고 구원을 전하도록 하느님께 선택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명은 혼자가 아니라 교회 안에서 교회와 함께 성취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보편적 부르심과 더불어, 교회 안에는 특별한 책임이 따르는 특수 성소가 존재합니다. 그것은 곧 사제성소, 수도 성소, 선교 활동과 관상 생활 성소입니다.
이러한 특수 성소들은, 존중과 수용,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바치는 헌신, 끊임없는 청원 기도를 요구합니다. 특히 요즈음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성소자들을 돌보아야 하는 은총과 책임을 받았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고 널리 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진리와 정의에 목말라하는 세상의 외침에 귀기울이면서 일관되고 기쁨에 찬 증언을 한다면, 소비주의와 이념의 위기 속에 방황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진실한 삶을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이 때, 그들은 자연스레 마음을 열고 축성생활 성소의 은총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입니다.
4. 『형제 여러분, 여러분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의 일을 생각해 보십시오』(1고린 1,26)
주님께서는 특수 성소를 통해 교회를 지속시키고 강화시키시며, 동시에 교회가 살아계시는 하느님의 표징이 되어 「사랑의 문화」에 바탕한 인간 세계를 건설하는데 이바지하도록 세계의 오래되고 새로운 요구에 부응하게 하십니다.
모든 성소는 교회 안에서 생겨나 육성되고 발전되며, 그 기원과 성장, 목적과 사명에서 교회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와 본당 공동체들은 특별히 말씀의 선포와 성사 거행, 사랑의 증거를 통해서 사제성소와 축성생활 성소 계발에 적극 투신하도록 부름받고 있습니다. 이 공동체들은 올바른 성소 사목의 필수 조건들을 명심해야 합니다.
첫째, 인간의 마음을 인도하시는 하느님의 빛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공동체가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공동체는 매일의 삶에서 영성생활의 우위성을 강조하면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열심히 기도해야 합니다. 공동체는 또한 선교 영역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 인류의 구원자이신 그리스도를 아직 모르는 사람들의 구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공동체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봉사에 열려 있어야 합니다.
5. 『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요한 20,21)
성소 사목에는 교회의 구성원이 모두 참여해야 합니다. 주교들은 목자의 직무를 통해 공동체 안에 주님이신 예수님을 현존케 하며, 은사에 대한 식별을 통해 성령께서 주시는 은총의 진실성을 보장해 줍니다.
교구와 수도회 신부들은 교회 공동체에 성소에 대한 인식을 불어넣는 일 외에도 영성상담과 자신의 삶을 기꺼이 다른 이들을 위해 바치는 모범적인 생활을 통해 성소를 일깨우고 이끌어줍니다.
교리교사의 역할 또한 중요합니다. 교리교사들은 그리스도교 입문 성사들을 준비시키는 동안 젊은이들과 직접적이고 오랜 접촉을 가지고 교회 안에서 특수 성소가 갖는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깊은 애정을 가지고 강조합니다. 주님께 여러분의 삶을 너그러이 바치십시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하느님은 역사의 주인이시요 우주의 주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여러분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계십니다.
6. 『하느님께 추수할 일꾼을 보내달라고 청하여라』(마태 9,38)
끊임없이 우리 가운데 걸으시며 주님께서 선택하신 사람들을 부르시어 당신 성령의 목소리가 되고 더욱 정의롭고 우애로운 사회의 누룩이 되게 해주십시오. 하느님 아버지께 청하시어 저희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영적 지도자들을 보내주십시오. 살아계신 하느님의 참된 사제들을 보내주십시오.
카스텔 간돌포에서
1995년 8월15일 성모승천대축일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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