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김 추기경과 형제 주교들에게.
여러분의 이번 방문은 사순절이 거의 끝나가는 시기에 이루어졌습니다. 우리의 만남 후에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교구에 돌아가서 우리 구원의 가장 성스러운 사건을 기념하는 예식으로 신자들을 이끌 것입니다. 이러한 거룩한 신비는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 백성의 목자로서 우리들의 의무를 충실하고 부지런하게 수행하도록 일깨웁니다.
빠스카의 신비 안에서 우리는 『주교는 자기 백성들 가운데에서 봉사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더욱 분명히 깨닫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 스스로 자기 뜻이 아니라 그를 보내신 분의 뜻에 따라 왔기 때문입니다. 주교는 자기 양을 알고 양떼가 자기를 알고 자기 양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착한 목자가 되어야 합니다. 주교는 모든 신자들이 함께 모여 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지식 안에서 성장하도록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는 진정한 아버지가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의 응답은 고용된 종이 아니라 사도들처럼 완전히 봉헌된 응답이어야 합니다.
영혼의 목자로서 주교들에게 이런 응답은 살아 있는 증거로 나타나야 합니다. 곧 이미 양의 무리 안에 있는 사람들을 주님과 더욱 친교를 이루게 하고 아직 완전히 복음의 진리를 알지 못하는 이들을 그리스도와 그의 교회로 이끌어야 합니다.
복음의 진리란 곧 모든 이들을 구원하는 하느님의 권능입니다. 한국교회 안에는 이런 구원의 힘이 더욱 분명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들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나고 사제직과 충성생활의 성소는 풍부합니다. 시대적 징표에 응답해 평신도들은 본당과 기관들, 복음화와 교리교수, 사회교리의 연구와 실천에 있어서 점점 더 교회생활과 사도직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평신도들은 복음을 모범으로 삼아 그리스도의 삶을 증거합니다. 사회, 문화, 정치, 경제 생활 안에서 그들은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고 공공선에 봉사함으로써 하느님 나라에 대한 전망 안에서 현세 질서를 변화시키는데 자신의 특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주님이 여러분의 나라에 풍성한 영적 선물을 내려주셨다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여러분의 임무는 이런 선물들을 계발하고 양육하며 이끄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인간 실재가 그리스도의 현존과 사랑에 더욱 완전히 연결될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역할을 더욱 큰 열성을 갖고 수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 스스로 지적했듯이 한국의 경제 성장은 국민들, 특별히 젊은이들로 하여금 물질주의에 빠지게 하는 부작용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서 인간의 참된 가치와 대조되는 문화적 경향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사목자로서 여러분은 이러한 현상을 올바르게 식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가치관의 위기가 만연하고 있으며 여러분은 이러한 현상을 적절하게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여러분의 직무 중 하나는 수태에서 자연사까지 인간 생명의 신성함을 수호하고 가르치며 선포하기를 그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명의 문화의 대변자가 되십시요. 그리고 개인과 민족의 생명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는데 대해 깊이 우려하는 사람들과 협력하십시요.
다가오는 2천년 대희년은 전 교회가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가, 그리고 주님을 따르기 위해 무엇이 요청되는지에 대해 묵상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한국교회에서도 이미 이 은총의 해를 준비하는 사목 프로그램이 시작됐습니다. 사제,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대희년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시간은 구세주의 현존에 초점이 맞춰진 회개, 은총과 쇄신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사목자인 여러분이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어떤 이유에서든 신앙생활에서 멀어진 사람들, 그리고 미래교회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입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또 여러분의 나라는 물론 국경을 초월한 선교 노력을 계속할 것을 요청합니다. 선교는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이고 또한 복음을 만방에 선포한 사도들의 후계자로서 우리의 기본적인 역할입니다.
한국교회는 아시아 지역에서 그리스도의 풍요함을 전해야 하는 독특한 위치를 갖고 있습니다. 나는 아시아 다른 지역에 선교사를 보내거나 신학교에 다른 곳으로부터의 성소자를 기꺼이 받아들임에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한국교회가 북한의 형제자매들과 유대를 보여주길 바랍니다. 특히 큰 피해를 낸 최근의 홍수와 관련해서 응답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사목적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여러분은 형제인 사제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사제들은 성무의 수행에 있어서 필수적인 보조자이며 조언자들입니다. 한국이 많은 사제들을 배출하고 사제성소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데 대해 여러분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사제 양성의 일차적 책임은 주교들에게 있기 때문에 여러분은 사제 지망자들이 건전한 동기와 참된 신앙심, 재능을 지니며 흔들리지 않는 도덕성을 지닌 사람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사제 양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영성 교육입니다. 영성 교육은 나머지 모든 교육의 기초입니다. 그러나 영성 교육은 사제 서품과 함께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사제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개선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영적인 지원과 지속적인 교육을 위해서 주교들은 사제들이 언제나 자신들의 진정한 존엄성을 깨닫고 「하느님의 사람」, 「교회의 종」, 「제2의 그리스도」로서 자기 사제직의 정체성을 삶 안에서 드러내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수도자들과 재속회를 포함한 축성된 사람들은 백성들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매우 효과적으로 증거합니다. 각 지역교회에서 이들은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진리의 살아있는 표징입니다. 여러분은 교회가 얼마나 그들의 봉사에 의지하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나는 여러분들이 그들과 밀접하고 그들의 카리스마를 주님의 특별한 선물로 소중히 할 것을 요청합니다. 며칠 안으로 나는 94년 축성생활에 관한 특별 주교 시노드 권고문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나는 하느님의 백성이 축성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사랑, 신뢰와 기대의 징표로, 여러분과 축성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이 문서를 맡깁니다.
1966년 3월 26일
바티칸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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