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 43통 번역… 교회사 연구에 큰 공헌
『표현력이 부족해 김대건, 최양업 두 분 신부님들의 숭고한 뜻을 신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 더없이 안타까울 뿐이야』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 순교 1백50주년과 최양업 신부 탄생 1백75주년을 기해 두 분 신부의 서한을 처음으로 우리말로 완역한 청주교구장 정진석 주교는 『부족한 능력으로 인해 두 분 신부님께 혹 누(累)가 되지 않을까 송구스럽다』고 말문을 열였다.
특히 정진석 주교가 이번에 번역 작업을 끝낸 김대건 신부의 서한 25통과 라틴어 작문은 김 신부 순교 1백50년만에 최초로 우리말로 완역된 것이어서 교회사적으로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아울러 정 주교가 펴낸 최양업 신부의 18통 서한집은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을 위한 기초 자료집으로 활용되고 있어 사료적 가치도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베드로 바오로 사도처럼 한국 천주교회의 두 기둥인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를 공경해오다 마침 금년이 두 분 신부님께 뜻깊은 해여서 서한 번역작업을 시작했다』는 정진석 주교는 지난해 95년 6월15일부터 최양업 신부 서한 번역을 시작해 12월25일 성탄절에 김대건 신부 서한 25통과 라틴어 작문 번역 작업을 마쳤다.
정 주교는 이 6개월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기도 시간인 6시30분까지 2시간 30분 동안 꼬박 번역 작업에만 매달렸다고 한다.
이번 두 분 신부의 번역 작업에는 어려움도 상당했다. 라틴말을 한지 양면에 붓으로 써, 도저히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번져 있는 것이 많아 동성중학교 최승룡 신부가 대형 돋보기 8개를 구입, 일일이 단어 한자 한자를 판독해 주었는가 하면, 열대야(熱帶夜)로 인해 새벽에도 모기와 싸워야만 했고, 팔뚝으로 흐르는 땀으로 인해 애써 번역해놓은 원고를 버려야만 하기도 했다고 한다.
『서한 몇몇 부분이 도저히 읽어낼 수 없어 문맥을 보고 추정해 번역한 것을 지금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정진석 주교는 『번역 작업을 마치기까지 6개월간은 나에게 있어 피정기간이었고 더할 수 없는 은총의 시기였다』고 강조했다.
『문장을 읽어 내려가면서 두 신부님의 비상한 관찰력과 직관력에 몇 번이고 탄복을 하면서도 책상에 앉아 안정된 상황에서 서한을 옮기다 보니 두 분의 글 속에 나타나는 긴박한 장면들을 실감나게 묘사할 수 없어 참으로 아쉬웠다』며 『두 분의 미련한 라틴어 문체를 번역하기에는 스스로 능력의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겸손해 했다.
정 주교는 『김대건, 최양업 두 분 신부의 서한에는 하느님과 조선 신자들에 대한 식을 줄 모르는 사랑과 쌍둥이 형제간 보다 더 진한 우애가 문장마다 글자 한자 한자마다 배어난다』며 『두 분 서한을 우리말로 옮길 수 있는 은총을 주신 하느님께 크게 감사한다』고 피력했다.
『두 분은 한국 성직자들의 큰 모범이시다』고 강조한 정진석 주교는 『성직자와 신학생, 수도자는 물론이고 평신도들도 두 분의 서한을 신앙의 필독서로 삼아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진석 주교가 번역한 최양업 신부의 서한은 배티성지에서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 자료집으로 발간했으며, 「너는 주추 놓고 나는 세우고」란 제하로 성바오로 딸 출판사에서 제작, 판매하고 있다.
또한 김대건 신부의 서한 완역본은 한국 교회사 연구소가 「김대건 신부 자료집」으로 오는 8월경에 출간할 예정이다.
한편 한국 천주교회 교회법의 교부로, 간결하고 세련된 문체의 뛰어난 번역가며 저술가로 널릴 알려져 있는 정진석 주교는 김대건, 최양업 신부의 두 서한 번역을 제외하고도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와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 해설」을 비롯한 「교회법 해설」제1권~9권과 「장미 꽃다발」「라디오 소리」「교계제도사」 「교회법원사」「목동의 노래」「말씀이 우리와 함께」등 지금까지 19권의 책을 저술했는가 하면, 유명한 「칠층산」과 「성녀 마리아 고레띠」「종군신부 카폰」「가톨릭 교리 입문」「억 만인의 신앙」「질그릇」「영혼의 평화」「교회법전」등 11권의 번역서를 펴내는 등 왕성한 저술 활동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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