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 루갈다 할머니의 시성이 죽는 날까지의 유일한 소원입니다』
전주 치명자산에 오르면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장복수(마리아ㆍ83세)할머니의 지상생활 마지막 소원이다.
10년 전부터 치명자산 순교자 묘지에서 성물을 팔며 유요한 이 루갈다 동정 순교부부의 시성을 기도해 온 장 마리아 할머니는 추위와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순교자 묘소를 지키며 각종 신심서적과 성물을 팔아 이익금 전액을 각종 성지개발 사업에 봉헌하고 있다.
장 마리아 할머니는 30여 전 부터 당시 루갈다 묘로 불리던 치명자산 순교자 묘지를 오르내리며 기도하다 20여 년 전 고 오기순 신부의 권유로 함께 기도하던 신자들과 「루갈다회」를 조직해 각종 성지개발 사업에 헌신해 왔다.
할머니가 치명자산에서 성물을 팔기 시작한 동기도 10년 전 교구에서 루갈다 생가터를 매입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금마련을 위해 시작, 1년이 채 못 되어 혼자의 힘으로 터를 매입해 교구에 봉헌했다. 이후에도 할머니는 성물 판매를 중지하지 않고 계속해 치명자산 성역화 작업때 「과부의 헌금」과 같은 돈들을 희사했고 루갈다회 전체가 치명자산의 샘물공사에 1천만 원을 봉헌하기도 했다.
장 마리아 할머니가 치명자산에서 성물을 팔아 여러 곳을 돕고 있다는 소문이 알게 모르게 나자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자주 찾아오기도 하는데 할머니는 이를 귀찮게 여기기는 커녕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도와주곤 하는데 이에 대해 할머니는 어려운 사람에게 애긍을 잘하라는 루갈다의 편지글을 보여주며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지 않으면 나쁜 길로 빠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번은 강도가 찾아와 21만원을 빼앗긴 적이 있는데 자신이 강도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신자들이 한 푼씩 도와주었는데 잃은 돈 21만원이 되니 더 이상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할머니는 이 강도를 「하느님이 보낸 도둑」이라고 표현했다.
장 마리아 할머니가 치명자산에 이토록 일생을 의지하며 살아 온 것은 유일한 혈육인 딸이 몸져눕자 3년간 매일 새벽기도를 봉헌하기로 하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하자 3년째 되는 날 아침 딸이 언제 아팠느냐는 듯 낫고 부터다.
할머니는 이 체험을 바탕으로 『예수님과 순교자들에게 매달리면 무엇이든 다 들어주신다』며 어떤 곤궁과 어려움도 환한 웃음 속에서 보낼 수 있었다.
택시비 1천원을 아낄 요량으로 경로 우대증을 가지고 버스를 타다 다리를 다쳐 산 오르내리기에 큰 곤란을 겪고 있는 할머니의 요즘 계획은 부지런히 성물을 팔아 치명터 숲정이 복원에 진 빚을 갚는 일이고 더 여유가 생긴다면 성물구입으로 생긴 자신의 빚 2백만 원을 갚는 일이다.
교구에서 이 빚을 갚아주려 했으나 하느님 사업에 부담이 되기 싫다는 마음으로 사양한 장 마리아 할머니는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그날까지 몸을 움직여 우리 순교 선조들을 현양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고 우리 손주들이 대대로 루갈다 할머니를 친할머니 이상으로 모셔주었으면 한다』며 소녀보다 더 밝은 웃음을 하늘로 봉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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