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구 조치원본당 주임 조병기(바오로)신부는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로부터「괴짜」로 불린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지칠줄 모르는「역마살」때문이다.
그의 역마살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북극과 남극 그리고 아프리카를 제외하고는 세계 거의 모든 곳을 다 다녀왔을 정도이다. 『산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간다』는 조병기 신부는 스스로도『역마살이 없으면 어떤 여행을 할 수 없다』고 자인한다.
조 신부가 지금까지 사용하고 모은 여권만 해도 1백80개가 넘는다고 하니 미지의 세계에 대한 그의 동경심은 사뭇 남다르다고 하겠다.
그러나 조 신부는 신자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그런 괴짜는 아니다. 조 신부의 첫 인상은 나이에 비해 유난히 다부진 체구를 빼고는 별다른 특징이 없어 보이는 외모에 꾸밈없이 소탈하게 사는 평범한 시골신부 같은 느낌을 준다. 다만 생각이 매우 자유롭다는 것, 그리고 그 생각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조 신부의 역마살이 시작된 것은 1978년 캐나다로 교포사목을 떠나면서부터이다. 그 후 미국에서 14년간 교포사목을 하면서 조 신부는 산을 찾아 전 세계를 누비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교포사목이 초창기라 미국 교포신자들이 몇 안될 뿐 아니라 한인미사가 주일에만 있어 평일에 자유로이 여행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고 한다.
평일이면 지도 한 장을 들고 자동차로 국립공원을 찾아 미국 전역을 누비기 시작한 것이 오클라호마와 스타코다 2개 주만 빼고 다 다녔다고 한다. 이들 2개 주의 경우도 대평원뿐이어서 자동차로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하루 5백~1천5백Km씩 혼자 자동차를 몰며 미국을 종ㆍ횡단할 때도 지도 한 장과 등산용 코펠이 짐의 전부였다고 할 정도로 알뜰하게 여행을 했다.
조 신부는 여행을 하면서 창조주의 위대함과 인간 문명의 폐해를 가장 많이 느낀다고 한다. 조 신부는 그래서 여행 목적지도 유럽과 같은 문명 국가 보다 가난한 나라의 오지를 즐겨 찾아 다닌다. 『비록 가난하고 못 살지만 만나는 사람들마다 눈에 빛이나고 순박하며 자기 과시가 없어 참 좋다』는 조 신부는『여행을 하면 가난한 자가 바로 행복한 자라는 성서 말씀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미지의 자연은 여전히 신비로 남아있기 때문에 하느님의 창조물을 기록한다는 의미에서 우연찮게 사진을 시작했다』는 조 신부는『사진에 맛을 느끼다 보니 어느덧 10만장이 넘는 큰 짐이 돼버렸다』고 쑥스러워 했다.
세계의 산에 대한 품평이라면 일가견이 있다고 자신하는 조 신부는『중국 황산이 가장 애정이 간다』고 말한다.
『동양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소나무와 운해<雲海>, 계곡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어우러진 중국 황산이 제일 품격이 있어 보인다』는 조 신부는『이에 비해 유럽의 산들은 개발이 너무돼 있어 자연미가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조 신부는 내년 안식년을 맞아 세계 일주 배낭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지금까지 다녀보지 못한 양극점과 아프리카를 꼭 가보고 싶다고 한다.
『혹 신자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사진전시회나 출판 등을 사양하고 있다』는 조 신부는『물과 산을 통해 느끼는 하느님의 신비에 대한 경외감이 내 영혼과 정신 안에서 승화되는 것 자체가 내가 아끼는 가장 큰 작품이기에 그외엔 아무런 욕심이 없다』며 잔잔한 미소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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