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형재자매 여러분!
소명에 새로이 응답
주님께서는 다시 한번 사순시기의 여정을 당신과 함께 하자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해마다 모든 신자들은 개별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세례때 받았던 소명에 새로이 응답을 드리고 회개의 열매를 맺도록 초대받습니다.
사순시기는 참회의 정신을 불러일으키며, 복음을 따르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모든 면에서 새롭게 일깨우는 발전적이며 창조적인 묵상의 여정입니다. 사순시기는 신자들의 마음을 형제자매들에게 열게하고 그들을 하느님께로 이끄는 사랑의 여정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제자들에게 사랑을 실천하고 전파하라고 명하십니다. 이 사랑의 새 계명은 하느님께서 시나이산에서 모세에게 맡기신 십계명의 골자입니다. 우리는 매일 굶주리고 목마르고 병든 사람들, 버림받거나 소외된 사람들과 마주칩니다.
이 사순시기에 우리는 그들의 얼굴에 쓰여 있는 고통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이라는 초대를 받습니다. 그 얼굴들은 우리에게 이 시대에도 계속되고 있는 갖가지 양상의 빈곤을 인정하도록 촉구합니다.
가난한 이에게 베품을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곤경에 처한 이들에게 특별한 연민을 보이고 계심을 분명히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하느님 나라에 대하여 말씀해 주시고,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의 육신과 영혼을 고쳐 주십니다.
그런 다음, 예수님께서는 당신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그러나 제자들은 그들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뿐이라는 사실을 생각합니다. 베싸이다의 제자들처럼, 우리는 오늘,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시달리며, 2천년의 문턱에서도 여전히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거의 8억에 가까운 사람들의 가난을 해결하기에는 우리가 가진 것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그냥 내버려두고 물러나 앉아야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제가 사순시기를 시작하면서 신자들 한 분 한 분에게 그리고 교회 전체에 제기하고 싶은 질문입니다. 수많은 굶주린 이들-어린이들, 여성들, 노인들, 이민들, 난민들, 실직자들-이 우리를 향해 그들의 고통을 호소합니다. 그들은 들어주기를 바라며 우리에게 탄원합니다.
어찌 우리가 우리의 귀와 마음을 열고 하느님께서 우리 손에 들려 주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내놓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무엇인가를 내놓으면 우리는 모두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깊은 내적 회개와 희생을 요구합니다. 지나친 소비행태를 바꾸고, 향락주의와 싸우며, 무관심한 태도와 우리 자신의 책임을 소홀히 하는 경향을 버려야만 합니다.
굶주림-인류의 비극
굶주림은 인류를 괴롭히는 커다란 비극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시급히 인식하고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창설된 여러 기구들과 운동단체에 확고하고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며, 정부나 국제 조직이 원조의 손길을 뻗치지 못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굶주림에 대한 싸움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물론, 불행히도 빈부의 격차가 커져만 가는 선진 산업국들에서도 계속 되어야만 합니다.
지구는 인류 전체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환경과 자연의 리듬을 소중히 여기고, 상거래에서 공정과 정의를 지키고, 연대의 의무를 고려한 부의 분배를 보장하며, 자원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향이라고 이의를 제기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교회의 사회교리와 활동은 정반대로 모든 사람이 복음에 충실하는 곳에서, 이 나눔과 연대의 계획은 놀라운 현실로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연대의식 가져야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많은 물자들을 파괴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필요한 물품을 배급해 주는 인도주의 단체의 차량 주위나 무료급식소에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길게 줄 서있는 처량한 광경을 볼 때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현대적인 대도시에서도 시장 가게들이 문을 닫고 나면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 것도 드물지 않습니다.
엄청난 모순을 드러내는 이러한 장면을 생각할 때, 우리 마음이 어떻게 편안할 수가 있습니까? 그리스도인적 사랑이 자연스럽게 솟구쳐 오름을 어찌 느끼지 않을 수 있습니까? 그러나, 진정한 그리스도인적 연대의식은 단순한 일시적인 감정이 아닙니다. 어린 시절부터 계속된 꾸준하고 책임있는 훈련의 결과로 생긴 연대의식만이 우리의 모든 행동과 책임 영역에 영향을 주는 개인의 근본 태도가 됩니다. 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전반적인 의식향상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가톨릭교회는 다른 종파들과 최대한 협력하여 그러한 과정에 나름대로 고유한 기여를 하고자 노력합니다. 이것은 인간 향상과 형제적 나눔을 위한 기본 활동으로서, 가난한 이들 스스로가 무엇이든 그들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 활동에 참여하여야 합니다.
회개와 화해의 시기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제가 여러분에게 이번 사순시기 동안의 묵상거리를 드렸으니, 여러분 목자의 지도 아래 개별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이를 묵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손에 들린 적은 빵과 물고기를 불어나게 할 수 있도록 의미있고 실천적인 행동을 하도록 촉구합니다. 이것은 온갖 형태의 굶주림을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 도움이 될 것이며, 회개와 화해의 시기인 이 섭리의 사순시기를 보내는 진정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결심을 실천에 옮기는 여러분 모두에게 용기와 위로의 표시로 저의 사도적 축복을 기꺼이 보내 드립니다. 주님께서 우리가 기도와 참회를 통하여 부활 경축을 향하여 힘차게 출발하도록 은총을 내려 주시기를 빕니다.
카스텔 간돌포에서.
교황 재위 제17년, 1995년 9월 8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성탄 축일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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