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귀순하는 북한동포가 늘어나면서 이들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관심사가 되고 있는 가운데 「귀순 북한동포의 남한사회 적응실태」라는 이색논문이 발표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논문은 북한을 탈출, 귀순했던 동포가 남한사회에서 부적응 등을 이유로 재입북을 시도, 충격을 던져주고 있는 가운데 발표됐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더해주고 있다.
화제의 논문은 바로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북한학과에서 북한을 특수전공하고 제출한 정치학 석사학위 논문으로 그 주인공은 오는 22일 석사학위를 받게 될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 소속 오혜정(스바니아)수녀.
『남과 북이 함께 살아갈 통일사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남한을 함께 살아본 귀순자들이 이질화된 사회에 어떻게 적응하고 극복해 가는지 조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작업들이 언젠가 다가올 통일사회에서 겪게 될 갈등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합니다』
80년 이후 귀순자 1백20명에게 설문지를 발송한 뒤 소재가 파악된 남자 34명, 여자 10명 등 총 44명을 조사대상자로 최종 선정한 오 수녀는 그들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 및 심층면접을 통해 설문을 작성했다.
80년대 후반에 귀순자가 급증했기 때문에 80년대 이후 귀순자만을 선정했다는 오 수녀는 이번 논문에서 남한사회의 사회구조적인 측면(경제 사회 직장 학교 언어생활 등)과 문화적 측면(정신 심리적 측면, 대인 가정 종교생활)에서의 구체적인 적응실태 파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귀순자들은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귀순 북한동포 보호법이 바뀌면서 보상금이 줄어들었고 북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의 연장으로 이들을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경우가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 수녀는 우선 종교인들 만이라도 이들을 따뜻한 이웃으로 받아들여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여는 기초로써 이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많은 귀순자들로부터 『자신의 종교를 선택하지 않으면 도움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종교인들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때 같은 종교인의 입장에서 부끄러웠다는 오 수녀는 종교인들도 귀순자들을 대할 때 자신의 종교적인 관심만이 아니라 예수님이 보여주신 인간에 대한 참사랑의 모습으로 그들을 돌볼 수 있는 바탕이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문조사 작업을 하면서 남북한의 이질화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통일 후 다가올 엄청난 충격을 막아낼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할 수 있었다는 오 수녀는 바로 이런 점에서 현재 서울대교구에서 전개하고 있는 민족화해학교와 같은 민족 화해프로그램이 보다 전국적으로 확산돼 통일을 준비하는 구체적인 화해운동으로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오혜정 수녀는 이들을 위한 교회차원의 노력으로 「귀순자 및 북한신자용 교리서」가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고 『귀순자를 비롯한 북한 사람들은 종교적인 심성이 우리의 현격하게 다르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북한 신자를 위한 교리서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이 강조했다.
한편 귀순동포들의 남한사회 적응실태를 조사한 오혜정 수녀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가 원래 평양에서 출발한 수도회이자 6ㆍ25때 11명의 수녀를 두고 온 이산가족 수도회였기에 더욱 북한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하고 『이 모든 작업이 가능하도록 이끌어주신 하느님께 이 논문을 바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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