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때부터 윌슨씨병(Wilson’s disease)을 앓아온 한 소녀가 경희대와 대구대 국문학과에 복수 입학한 사실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병마의 고통을 이겨낸 이 「인간승리」의 주인공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나약해 보이기만 하는 21살의 고은영(우술라)양.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은 희귀한 병으로 의사들 사이에서도 연구대상인 윌슨씨병은 혈액속에 구리가 증가하는 유전성 질병으로 언어장애와 손떨림 증상을 동반하고 정상적인 보행이 불가능해지는 무서운 병이다.
『그동안 옆에서 저를 위해 고생하시는 홀어머니를 지켜보는 것이 가장 감당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조금만 무리를 해도 체력이 떨어지는 고양이 대학입시에서 합격할 수 있었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노트 필기는 물론이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고양은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에 매달렸다. 학교에서는 실신까지 할 정도로 공부에 집착을 보이는 고양을 만류하기까지 했다.
13평 연립주택 전세에서 어머니 윤혜숙(루시아ㆍ57)씨와 단둘이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고양은 어릴 때부터 책읽는 것을 좋아하는 독서광이다.
윌슨씨병으로 판명이 난 직후 정년퇴임 퇴직금을 치료비로 모두 사용한 아버지 고운환씨는 공장의 일용 노동자로 어렵게 일하며 고양을 살리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고양의 상태는 점차 나빠지기 시작했고 5년전 그렇게 소망하던 딸의 완치를 끝내 보지 못하고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지금은 어머니 윤혜숙씨가 공장에 다니며 어려운 생활을 이어오고 있지만 그도 병치레가 잦아 생활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고양은 서울대학교 병원에 특별 연구대상 관리환자로 선정돼 정기적인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로선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어 평생동안 병원을 다녀야 할 처지다.
『파출부, 청소일, 공장일을 마다않고 저를 위해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해 온 어머니의 보살핌에 보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열심히 살아갈 생각입니다』
요즘 고양은 대학 등록금 해결과 대학 기숙사 문제로 걱정이다.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할 경우 고양 가족은 서울지역으로 이사와 셋방이라도 얻어야 할 형편이다.
환자나 장애인이 대학을 다닐 수 있는 여건이 거의 전무한 국내 실정에서 고양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험난하기만 하다.
그러나 고양의 얼굴에는 그 나이 또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맑은 웃음이 가득하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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