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
대구시 남산 2동 578번지.
대구 가톨릭대학교 입구 담벼락에 위치한 세실리아 빵집에 들어서는 이면 누구나 주인 정옥업씨(65ㆍ세실리아)의 인사말이 마치 오랜 친구처럼 들린다.
이 빵집의 주 메뉴는 붕어빵. 가진 것이라곤 노상의 붕어빵집이 전부이지만 정씨는 누구보다 넉넉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저렇게 고생하며 벌어서 교도소에 있는 양아들한테 모두 다 갔다줘요. 참 대단한 할머니죠.』정씨를 익히 아는 이의 한 마디가 궁금증을 일게 한다.
정씨는 새벽 4시면 일어나 성모당으로 향한다. 그레고리오를 성모님께 봉헌하는 묵주의 기도를 바치고 아들 그레고리오를 살려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면서 계산성당 새벽미사로 발길을 돌린다.
미사가 끝나면 고단한 몸을 이끌고 교도소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아침 8시30분경 교도소에 첫 번째로 면회 접수를 하고 기다리는 동안 정씨는 아들 그레고리오와 함께 봉헌하는 장미송이를 엮어 묵주의 기도를 바친다.
불과 3~4분. 아쉬움의 순간들. 모성애를 표현하기엔 너무나 짧은 순간이지만, 이 순간을 위해 정씨는 새벽 4시부터 정성을 드리는 것이다.
접견이 끝나고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빠르면 11시경. 아침 겸 점심으로 끼니를 때우고 나면 또 밤 11시까지의 육체적 노동이 시작된다.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정씨는 15년 전 우연한 기회에 가톨릭에 귀의하면서 지금의 일과 인연을 맺어 「무기수의 대모」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서른살에 남편과 사별하고 병든 노모를 33년간 모시기도 했던 정씨는 행상 날품팔이 등 온갖 궂은 일을 하며 청송ㆍ전주ㆍ광주 등지의 교도소를 찾아다니며 장기수들의 재활에 힘을 쏟았다.
이러한 인연은 곧바로 사형수 임상철(그레고리오ㆍ31)씨와 연결됐다.
『5년 전 장기수 3명의 뒷바라지를 하던 중 상철이를 알게 됐습니다. 상철이를 만나면서 모자간의 정이 싹텄고, 어미를 만난 후 상철이의 생활도 안정을 찾기 시작, 지금 화원교도소에서 아주 모범적으로 살면서 신앙에 열중하고 있어요』.
상철이를 만나면서 정씨는 그의 감형과 구명(救命)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를 올리며,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상철이를 위해서라면 내 목숨이라도 내놓겠다』며 관계기관에 하소연도 해보았다.
정씨가 상철이 구명을 위해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만 수백 통. 『대통령께 올립니다. 나이 예순이 넘어 얻은 아들 상철이를 사형만 면케해 주신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다 하려합니다. 이 늙은 이의 소망을 저버리지 마시고 상철이의 목숨을 살려주세요』.
정씨는 대통령을 만나 사정이라도 해 볼 마음으로 청와대 주변을 서성대기도 했고, 거제도 생가(生家)에까지 찾아가 헤매기도 했다며 그간의 고통스러웠던 심정을 밝히기도.
임씨를 포함해 6명의 장기수들에게 매달 영치금을 넣어주며 재활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정씨는 『평생 교도소에서 살아도 좋으니 이 늙은이 심장이 멎을때까지 접견이라도 하게 해달라』며 두 손을 꼭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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