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공부를 포기한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신학교에 지원서를 내고난 후 무척 홀가분했어요. 이러한 선택을 하느님께서 원하신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서울 언남고등학교 3학년 최규하(다니엘ㆍ포이동본당)군은 「서울대 입학」이라는 주위의 당연한(?)기대를 뿌리치고 96년 대학입시에서 가톨릭대 신학과를 지원, 평소 가지고 있던 사제 성소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사제의 길을 가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일반학교를 다닌 후 신학교를 가도 늦지 않는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제 욕심이라고 여겨졌어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신학교를 간다면 그때 정작 하느님께 드릴 것은 없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올 2월 있을 졸업식에서 전체 수석의 영예를 차지할 만큼 뛰어난 학업 성적을 유지해 온 최군은 그간 거의 학년 수석을 놓치지 않았던 재원. 선경그룹에서 주최했던 제5회 고교생 학력 경시대회에서는 장려상을 차지한 바 있고 한국일보사 학생논술 공모에서는 「시조의 생활화 운동」이란 제목으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신학교에 원서를 접수시킨 후 곧바로 성당으로 가서 올곧게 사제 성소의 길을 걷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는 최군은 『일류 대학 지원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던 데는 지도 신부님과 부모님들의 권유도 큰 몫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에서는 최군의 신학교 지원에 적잖은 의구심을 보이고 있는 상태. 당연히 서울대를 지원할 줄 알았던 최군이 신학교를 택하자 서울대 지원율이 떨어진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고.
『신학교에 들어가서 공동체 생활을 통해 대인관계를 넓히고 싶습니다. 공부와 운동도 열심히 하고 음악도 많이 듣고 싶어요』
어린이 복사단 생활을 통해 막연히 사제를 꿈꿔오다 교구 예비 신학생 모임에 6년간 참석하면서 완전히 그 희망을 굳혔다는 최군. 계속적으로 사제 성소의 꿈을 가꾸어 준 것은 이러한 예비 신학생 모임의 힘이었다고 들려줬다.
「생명을 대신 내어주면서도 끝까지 신앙을 잃지 않았던 막시밀리안 콜베 신부를 존경한다」는 최군은 『앞으로 사제로 서품이 된다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제로, 기본적으로 하느님께 대한 신심을 갖춘 사제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곳은 영원한 안식처, 여기가 좋으니 나 여기서 살리라」는 내용의 시편 구절을 읽으면서 신학교 지원의 마음을 굳히기도 했다는 최규하군은 「걱정해 주신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며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서 훌륭한 사제의 길을 걷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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