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말이 통하지 않아 가장 애를 먹었습니다.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을 택했을까 하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생겼지만 그것보다 환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지 못해 안타깝고 미안했지요.』
충북 음성 꽃동네 자원봉사자 다까하시 요시에씨(29). 다른 봉사자들과 공동 생활을 하며 호스피스 품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그녀는 지난해 10월 하순 꽃동네에 왔다.
누워서만 생활하는 환자들을 닦이고 먹여주며 정성을 다해 돌보는 일이 타국인인 그녀에게 쉽지만은 않다.
요시에씨가 처음 꽃동네와 인연을 맺은 것은 6년전, 광주 YWCA에서 열렸던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한국의 복지시설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한-일 양국의 역사적 관계에 관한 이 세미나에서 그녀는「가깝고도 먼」두 나라의 관계를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 『이때부터 두 나라의 우호적인 미래 관계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리라 하고 마음먹었습니다.』
일본에서 그녀는 정신지체 장애아를 위한 시설과 노인 복지시설에서 6년간 일한 경험이 있다.
『꽃동네에 와서 제일 먼저 봉사자가 매우 많다는데 놀랐습니다. 급료를 받고 일하는 사람이 대부분인 일본과는 많이 달랐어요. 또 그분들이 모두가 기쁘게 봉사한다고 한결같이 말했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주일씩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시에씨는 당초 3~4주간을 예상하고 왔다가 올 8월까지 꽃동네에서 살 예정이다. 『한국이 좋고, 한국인을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이라는게 그녀가 말하는 이유다.
『제가 가진 종교의 가르침중에「제행무상 (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한가지도 변하지 않는 것이 없고, 모든 것은 서로 협력하고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내용이지요. 이것이 그리스도교의 가르침과 어떻게 통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세상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소중한 존재이고 서로 배우고 만나고 의지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꽃동네 봉사자분들도 바로 이런 마음을 가진 분들이 아닐까요.』
꽃동네에서도 여러 곳을 경험해 보고 기회가 된다면 다른 시설에서도 살아보고 싶다는 요시에씨.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녀는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라는 말이 있지요. 지금 꽃동네서 봉사하는 가운데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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