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31일 교육개혁안이 발표됐다. 가히 혁명적이라 할 교육개혁안 발표를 계기로 한국사회 안에서는 교육 전반에 걸친 논의가 그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고 교회 역시 청소년 사목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미래가 걸린 교육개혁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시점에서 가톨릭 신자로 교육부 장관에 취임한 안병영(베네딕도)장관을 만나보았다. 다음은 안병영 신임 교육부 장관과의 일문일답이다.
- 한국의 교육이 사느냐 죽느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교육부 장관의 중책을 맡으신 소감과 각오를 들려주십시요.
▲ 교육개혁을 힘차게 추진하는 이 중대한 시기에 교육부 장관으로 취임해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무거운 책임을 느낍니다. 교육개혁은 21세기를 겨냥하는 국가 전략사업인 동시에, 입시지옥, 과다한 사교육비, 학습과(過)부담, 질낮은 교육으로, 집약되는 기존의 비인간적이며, 소모적 교육에 대한 본질적인 치유책이기도 합니다. 미력이나마 교육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각오입니다.
- 교육부 장관으로서 가장 역점을 두고 해나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 이미 시행일정까지 발표된 교육개혁 과제를 차질 없이 실천하는데 교육부의 모든 역량을 발휘할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1997년도부터 시행될 대학 입학전형제도가 어떻게 다양하게 정착될 것이냐가 교육개혁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저희는 대학입학전형 제도를 대학 및 고교교육의 개혁과 연계시켜 실천하려고 합니다. 올해부터 종합생활기록부 제도를 도입하고, 97학년도부터 대학의 학생선발 자료로 활용할 생각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고교교육 내용의 변화를 유도할 것을 기대합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것은 초ㆍ중등교육, 특히 초등교육의 재건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지나치게 대학입시제도와 씨름하는 동안 초등교육은 지나치게 소홀하게 다루어졌습니다. 초등교육 과정이 창의성과 인성계발의 요람이 될 때, 우리의 교육은 밝은 미래를 기악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교육개혁의 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질과 역할이라고 봅니다. 이 기희에 일선 교육현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교사들에게 당부 말씀 부탁드립니다.
▲ 교육개혁의 주체는 교육부 장관이나 직원, 혹은 교육개혁위원회 위원이 아니고 부모와 교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각급 학교의 교윈 여러분은 교육개혁 추진의 핵심적인 주체입니다. 따라서 교원 여러분의 긍정적 자세와 적극적 참여가 교육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것임은 너무나도 분명합니다. 정부에서도 열심히 노력하시는 선생님들께 의욕을 가지고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해 나갈 계획입니다. 전국의 모든 선생님께서 새로운 각오와 사명감을 가지고 교육개혁 추진에 매진해 주시기를 간곡하게 당부드립니다.
- 교육개혁과 관련 가톨릭계 중고등학교 그리고 지난해 통합 출범한 가톨릭대학교 등 가톨릭계 학교들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로서 가톨릭계 학교 교육이 나아갈 방향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 저는 평소부터 교육의 참된 목적은 인간성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인간이 바르게 서지 못하면, 고도의 지식이나 기능은 자칫 악용되거나 남용되어 인류에게 기여하기 보다는 오히려 해악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제2세들에게 삶의 단계, 단계에서 인간이 왜 사는가, 의미 있는 삶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믿습니다. 더욱이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가치관의 혼란, 과도한 개인주의, 물질주의가 만연되어 있는 오늘의 사회상황 속에서 인간화를 위한 교육은 무엇보다 중요한 교육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불행히도 오늘날 많은 학교의 교육이 단순한 지식과 기능의 전수, 유능성과 경쟁력 제도에 그 목표를 두고 있을 뿐, 인간화 교육에는 매우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 가톨릭계 학교들은 교육과정을 통해 지식 교육과 인간성 계발의 조화를 모색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가톨릭계 학교 교육은 인간이 좋은 목적을 위해 좋은 능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바르게 가르치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믿습니다.
- 장관님께서 갖고 계신「교육관」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요.
▲ 저는 평소부터 교육은 우리 모두의 미래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에 대한 투자는 미래에 대한 가장 확실한 투자입니다. 우리나라가 그 동안 모진 가난과 전화(戰禍)에 시달리면서도 불과 30, 40년 동안에 오늘날의 발전과 번영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민족이 옛부터 교육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신뢰를 가지고 이 방면에 힘에 넘치는 투자를 해온 까닭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또한 교육은 인간에게 그들 자신의 자질과 개성을 최대한으로 계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학습자들이 경험하며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하며, 학교에 학생을 맞추려 하지 말고, 학생의 욕구와 필요, 이해 정도에 맞춰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또한 교육은 가능한 한 만민에게 보편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에게 폭넓은 교육기회가 주어질 때, 사회의 전반적 민주화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교육과정 속에서 뛰어난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의 값진 능력을 한껏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일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보편성과 수월성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 장관님의 종교관과 함께 이 시대의 참된 신앙인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평소의 소신을 밝혀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그리 모범적인 신앙인이 못 됩니다. 따라서 이 항목에 대한 대답을 하자니 무척이나 면구스럽습니다. 저는 일상의 삶 속에서 하나의 연약한 인간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합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하느님께 모두 맡깁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서 좋은 일에 저를 도구로 써 주십사 기도합니다.
-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민족화해학교 교무분과 위원장을 맡아 통일을 위한 교회 차원의 역할과 기여를 강조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화위 교과과정에서 어떠한 사항에 역점을 두셨는지 특별히 통일을 위해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습니까.
▲ 저는 우리 민족의 진정한 화해와 일치를 추구하는 일이 오늘의 시점에서 한국 천주교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 뜻에서 저는 민족화해학교가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넓은 시민사회로 뻗어가고, 우리 민족화해학교의 교과과정이 통일지향의 가장 모범적인 시민교육과정으로 발전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화해학교 교과과정에서 가장 역점을 두었던 사항은 「바른 이해와 참된 사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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