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인천시 부평동의 성모 자애병원 직원식당에 들르면 선 채로 식사를 급하게 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
이 병원에서 벌써 15년째 근무해 오고 있는 영양과 직원 이영길(아우구스띠노· 49)씨는 앉아서 식사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병원 측이 일을 많이 할당해서가 아니다.
『제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합니까. 그저 제가 할 일을 할 뿐이지요』
아침 5시에 출근하는 그는 병원의 직원과 환자 1천여 명 식사를 손수 준비한다. 그러기에 쌀 나르는 일, 물 길어오는 일, 야채며 생선손질, 부식창고 정리, 찬밥 처리 등은 모두 그의 몫.
재활용품 정리도 그의 자청 업무에 속한다. 이렇게 그의 업무는 한정되어 있지 않다. 업무 이외의 일을 손수 찾아서 하는 탓이다.
그의 이러한 성실함은 투철한 신앙관에서 나온다.
『군대가기 직전에 혼배성사를 올린 아내가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도망을 간 이후로 저는 혼배 조당을 풀기 위해 보속하는 마음으로 제주도의 한국 순교 복자수녀원에서 관리인으로 일했습니다. 그 곳 수녀님들과 인연이 돼 15년 전부터 이곳으로 와 근무하게 됐지요』
그의 인기는 병원을 통틀어서 단연 으뜸이다. 여직원들에게 있어서 그는「마음의 연인」 이고 수녀들은「시아버지」 라고 부르기도 한다.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그는 어딜 가나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마다 않는다. 그의 성격을 잘아는 직원들은 나이 50을 바라보는 그에게 심부름을 시켜도 이제는 부담스럽지 않다.
『하느님이 보내주신 분입니다』
『우리 병원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큰 일꾼입니다』
『혼자서 일을 다하십니다』
물어보는 직원들마다 하나같이 이씨에 대한 칭찬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병원의 어디 한구석이라도 그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성모 자애병원은 이제 그의 분신이나 다름없다. 힘든 업무임에도 불평 한마디 않는 그는 이 병원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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