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사람이니까 특이한 제목을 붙였습니다』라며 호탕하게 웃어 제치는 장애인 시인 이영범(발렌티노ㆍ41세ㆍ상계2동본당)씨.
최근「강촌역 입구에 갈색 나이 초입에」라는 제목의 자신의 두 번째 시집(도움이 출판사)을 발표한 이씨는 뇌성마비에다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장애인이면서도 『나보다 더 아픈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건강한 시인이다.
『평소 바람 쐬러 강촌을 자주 찾는 편』이라는 있는『이삼십 대의 청색이나 푸른색에서 갈색으로 색깔이 변하는 사십대로 접어들면서 제 자신이 느끼는 심정을 노래했다』며 새 시집을 소개한다. 문자 그대로 경춘선 막바지쯤에 가 닿는 강촌역 입구에서 자기 나이와 매치되는 감정을 적은 것이다.
1991년 자연과 사랑 등 서정적인 주제의 1백여 편의 자작시를 발표한 첫 시집 「겨울 햇살」이 나온 지 6년 만에 내놓은 이씨의 이번 시집은 칠순을 일 년 앞두고 지난해 세상을 떠난 어머니(박병옥)를 그리는 7편의 사모시로 시작된다.
엄마께서 타 주시던 아침 커피, 엄마 추억, 엄마 가신 후 첫 추석에 등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는 정이 절절이 배인 작품들이다. 예명이 박인옥으로 백설희, 황금심씨 등과 함께 악극단으로 활동했던 원로 연예인으로 50여 년 동안 흥행계와 연을 맺었다는 이씨의 어머니.
이씨는 평생 동안 양로원, 재활원, 교도소, 군부대 등을 방문하며 위안공연을 펼치는 잦은 봉사활동으로 장애인 아들을 둔 아픔을 승화시키던 생전의 어머니를 잊지 못한다.
93년 솟대문학 추천으로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한 그는 장애인문인협회 정회원으로 지난해 황소걸음 문학제 가작을 비롯 두 달 전 한국현대시인협회 주최 제1회 전국 장애인백일장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는 등 왕성한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작품성보다 신체장애인이라는 사실이 무척 어려웠다』고 실토하면서『그래도 노력하니까 주님이 도와주시더라』고 털어놓는 이씨는 교황님이 방한하시던 1984년 개신교에서 개종했다.
『개종 후 신앙적으로 성숙해야 하는데 확실한 신앙을 갖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는 이씨의 작품은 절망과 원망을 뛰어넘어 희망을 노래하는 작품성에서 『보다 성숙한 신앙인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말을 신뢰하게 한다. 원로 시인이자 성신여대 교수인 이성교씨는『이영범씨는 새로운 꽃을 피워내는 시인이다. 그의 작품은 향기같은 것이 솟는다. 이것이 현실의 아픔을 초극한 허무의 세계, 달관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고 평한다.
특히 이교수는『5년 전 아픔의 시집을 거쳐서 새로운 세계를 펼치고 있다. 제 1시집「겨울햇살」이 나왔을 때 많은 시인들이 격찬했다. 그 중에서도 원로 시인 김규동 선생과 중견 시인 도종환 선생의 격려의 말씀은 컸다』며 촉망받는 이영범씨가 남다른 각오로 벌써 제 2시집을 펴낸 것을 격려했다.
『말이 어눌하고 한쪽 팔이 마비돼 있으니 영락없이 뇌성마비요 소아마비지만 스스로는 장애인으로 생각않는다』는 이씨는『어머니가 저를 낳을 때 너무 큰 덩치의 애기 몸을 정상분만하다 난산으로 이렇게 됐다』며 출생비밀(?)까지 털어놓는다. 『아마 제가 세상에 나오기 싫었나 봐요』라며 예의 호탕한 웃음으로 유머까지 곁들인다.
『가끔 낙담되고 정신적으로 휘청거릴 때면「강촌」을 찾아가서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일어선다』는 이씨는『결국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가할 가치는 사랑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밝힌다.
가게라도 하나 내서 자신의 힘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피력하는 이영범 시인은『무엇보다 긍정적인 작품을 잉태하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며 『문학활동은 하느님이 부르시는 날까지 계속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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