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얼마나 움직일 수 있나요?”
“하느님께서 기적의 수녀로 쓰실 만큼, 꼭 필요한 그만큼….”
그를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묻는다.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대답해준다. 그리곤 웃는다.
50여 년째 누워만 지내고 있다. 10살 때 소아 류머티즘성 관절염을 앓았다. 12살 때부터는 걸을 수도 일어설 수도 없게 됐다. 삶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도 수차례 있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고통이 아닌 축복으로 시선을 돌렸다. 손은 움직일 수 있었다. 붓을 잡고 그림을 그렸다. 하느님을 알아가며 봉헌의 삶을 시작했다. 중증 장애인이 수녀가 된 세계 최초의 사례였다. 강연에도 나서고…, 책도 쓰고…, 중증 장애인들을 돌보는 몫까지 맡게 됐다. 윤석인 수녀(작은예수수녀회)의 말을 빌리자면, ‘별난 몸’으로 ‘별난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
누워서 그림 그리는 화가 수녀로 잘 알려진 윤석인 수녀의 삶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해줬다. 그림은 희망을 전하는 멋진 도구가 됐다. 특히 윤 수녀는 무지개를 많이 그렸다. ‘무지개 약속’이라는 주제로 개인전도 열었다. 이번엔 책 안에 무지갯빛 희망을 담아 들고 나섰다.
「무지개 선물」(240쪽/1만3000원/마음의숲)은 윤 수녀가 간절한 기도와 같은 소망과 희망을 담은 책이다.
“저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제가 드리고 싶었던 작은 선물입니다. 이 책은 어렵지도 않고 삶에 대한 심오한 담론이나 메시지를 강조한 내용도 아닙니다. 병원에 누워 있는 사람도 볼 수 있고 너무 우울해 글 한 줄조차 읽기 싫은 사람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윤 수녀는 장애인으로 사는 자신은 물론 우리 모두가 왜 ‘축복’인지 알려주는 글로 책머리를 열었다. 이어 ‘사랑합니다’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름답습니다’ ‘위로합니다’ 등 9개 장으로 책을 엮었다. 직접 그린 그림과 먼저 살다 간 현인들의 메시지도 담아 공감대를 더욱 높였다.
두 팔을 반 정도는 펼 수 있고, 머리가 가려울 때 앞부분은 긁을 수 있고, 눈곱을 귀지를 콧속을 청소할 수 있고, 이를 닦고 손톱을 깎을 수 있고, 용변 후 뒤를 닦을 수 있고, 수녀복 모자를 쓰고 벗을 수 있다…. 이 작은 것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말한다.
윤 수녀는 “많은 한계를 갖고 있는 내 몸은 사람은 서로 도우며 함께 살게 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며 “하느님께서는 저를 보는 이들의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이타적 사랑을 일구어내는 도구가 되는 몸을 주셨다”고 행복해한다.
특히 그는 “하느님께서는 대홍수를 이겨내고 방주에서 나온 노아를 축복하시며 ‘무지개가 드러나면 영원한 계약을 기억하겠다’고 하신 그 무지개 약속을 믿는다”고 고백한다.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무지개를 그려야 합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평화롭고 아름답고 행복해질 것입니다. 그렇게 희망을 그리고 바라보며 걸어가세요. 그렇게 간절하게 그리고 생각하면, 분명 그렇게 됩니다.”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