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미완성, 부르다 마는 노래…….』
마치 쓰다 만 악보처럼 추억의 향수만 남겨두고 캄보디아 난민을 돕기 위해 지난 1989년 10월 홍콩으로 훌쩍 떠나갔다 지금은 미국 뉴욕 메리놀외방전교회 본부에 있는 반예문(70ㆍ미국명 레이먼드 Fㆍ설리번) 신부.
가수 이미자씨의 노래「사랑했는데」를 특히 좋아했고, 『노래도 마음도 고운 이 땅에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하길 기원한다』는 한 마디 말만 여운으로 남긴 채 정든 34년 간의 한국 생활을 마감했던 메리놀외방전교회 소속 반예문 신부가 11월 3일 제 31회 가수의 날을 맞아 한국연예협회 가수분과위원회(위원장=김광진)가 주는「특별공로상」을 수상하기 위해 다시 이 땅을 밟았다.
반신부가 이 땅을 떠난 이후 8번이나 새 달력을 내걸었지만 그를 알고 있는 많은 이들이 그를 잊지 못해「특별 공로상」이란 올가미(?)를 씌워 끌다시피 모셔온 것이다.
한국연예협회 가수분과위원장 김광진씨는『벌써 드려야 할 상을 이제서야 전하게 돼 송구스럽다』면서『반신부님은 외국인으로서 우리 가요를 사랑하고 해외로 보급해 준 유일한 분이어서 이번에 특별공로상을 드리게 됐다』고 수상 취지를 밝혔다.
김위원장은『지난 89년 홍콩으로 떠날 때 반신부님께「우정의 패」를 전한 바 있다』면서『반신부님께서 이번 아시아 여행 중 한국을 방문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특별공로상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반예문 신부는 1927년 미국 뉴욕에서 출생, 하버드대학 수학과를 졸업한 후 메리놀외방전교회에 입회 1954년 사제로 수품, 이듬해 한국에 파견, 충주 야현본당 보좌신부로 첫 사목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34년간 한국에서 사목생활을 하면서 1970년 서울가톨릭매스컴위원회와 메리놀 미디어교육연구소를 창설하는 등 매스컴 사목활동의 개척자로 정열을 쏟았었다.
그는 또 한국인들이 그 무엇보다 노래를 좋아한다는 점과 스스로도 한국 대중가요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가톨릭 가요대상」을 제정했고, 자작곡도 10여 곡을 발표했다.
반신부는 또한 해외에 한국 대중가요를 알리고 보급하기 위해 직접 영역한 음반「서울」을 출반하기도 했다. 그가 영역한 노래는「인생은 미완성」「사랑의 미로」등 30여 곡이나 된다.
시상식장에서 가수 현미, 작곡가 김희갑, 탤런트 김혜자씨 등을 만나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서로 안부를 물으며 어린애처럼 즐거워한 반신부.
이젠 숨길 수없을 만큼 손떨림이 심하고, 양쪽 귀에 꽂힌 보청기로도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다는 그는『생각지도 못한 귀한 상을 주셔서 기쁘고 영광스러울 뿐 아니라 옛 친구들을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준 모든 가수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수상 소감을 피력했다.
『요즘엔 한국 가요뿐 아니라 팝송조차 청력이 나빠져 잘 듣지 못해요.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거의 듣지 못하는 상태라 마음먹고 노래를 듣자면 마치 값싼 라디오의 고장난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처럼 들려 오래 듣지 못해요. 그래서 1년에 두 번 정도 뮤지컬 공연을 관람하며 생음악을 듣습니다』
반예문 신부는 건강이 허락하면 내년 한국에 돌아오길 희망했다.
그는 내년 봄 남미에서 선교 중인 메리놀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을 방문한 후 한국을 다시 방문하기를 기대했다.
홍콩으로 떠날 때 누더기 내의와 욕실 슬리퍼까지 버리지 않고 챙겨갈 만큼 검소했던 반신부는 모처럼 한국 땅을 밟고는『지금도 청년 사제로 왔다 백발이 되어 떠났던 한국 땅이 눈물겹게 그립다』고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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