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공간화되기 전에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흔히들 시간과 공간을 분리시켜서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평생 저는 이 시간의 공간화, 이미지를 통한 공간화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고 남은 여생동안 내 개인사와 민족사 안에 형성된 시간의 공간화를 시도하고 싶습니다』
지난 10월 27일 오후 5시 서울 종로 한국문예진흥원 대강당에서 문단의 동료, 제자 3백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4회 숙명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김의정(마리아ㆍ68)씨의 말이다.
지난 해 10월 난데없는 뇌종양 진단을 받고 그동안 암과 처절한 투병생활을 해오고 있는 김의정씨는 한국문단 특히 여류문인들의 사표가 되는 소설가다.
그녀는 근 30년을 중앙대학교에서 후학 양성을 위해 몸 바쳤고, 지난 89년 작가로서의 정리를 위해 교직을 떠난 후 창작 활동에 전념해왔다.
김의정씨는『어느 날 갑자기 뇌종양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였다』고 회상하면서『단지 현재 쓰고 있는 소설의 끝을 보기가 힘들다는 생각에서 아쉬울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김의정씨는 자신이 태어나서 오늘날까지 살아온 개인사와 가족사를 민족사의 테두리 안에 투영, 시간의 현재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이런 작업의 일환으로 지난 해 펴낸「산마루 오르는 시간의 수레」그리고 이번에 숙명문학상을 수상한「바람결에 들려오는 시간들」이 탄생하게 된 것.
그녀는『이 책들은 시간을 주제로 개인사와 민족사를 말하고 있는 것으로 같은 종류의 책』이라고 소개하고『내가 살고 있는 지금 현재까지를 정리하고 싶었는데 건강이 따라줄지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독보적인 가톨릭작가로 통하는 김의정씨는 숙명여대 영문과 재학시절 프랑스 소르본느대학으로 유학, 프랑스 현대문학을 전공하던 시절 개종하게 됐다.
원래 개신교 집안에서 자란 그녀는 유학 중에 한 가족으로부터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죽은 아들의 슬픔을 이기고, 오히려 조문객들을 위로하는 프랑스인의 모습을 보며 그 힘이 바로 가톨릭종교라고 생각했었다는 게 그녀가 개종을 하게 된 동기다.
그녀는『어떤 이들이 나를 가톨릭작가라고 칭하고 있지만 정말 부끄럽다』고 말하고『프랑스에서 접한 가톨릭작가들의 작품이 내게 커다란 감동을 주었던 것은 사실이나 내가 가톨릭작가란 칭호를 받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의정씨의 작품 전체에는, 아니 그녀가 평생을 통해 일구려 하고 있는 공간화된 시간론은 바로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부활」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죽음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창조, 즉 부활로 이어지는 시간이듯 김의정씨가 주창하고 있는 「시간론」역시 공간화된 즉 끝없이 삶과 시간 속에 부활하는 시간을 말하고 있다.
김의정씨는『결국 인간은 초월을 통해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고『이것은 바로 공간화된 시간 안에서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50년대 초 인간다운 인간이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유학을 떠나게 됐다는 그녀는 바로 그 곳에서 인간을 만나게 됐다고 한다.
자신의 존재로부터 세상의 존재에 대한 끝없는 순례를 하고 있는 소설가 김의정.
그녀의 작품 저변에는 바로 인간을 구원하러 2천 년 전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시간이, 그리고 지금 바로 여기서 부활하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시간」이 정결하게 녹아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