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소개 된다는 게 사실 망설여집니다. 또 어떤 오해를 불러일으킬지 두렵거든요. 성물업계의 혼란스러움은 익히 알려진 사실 아닙니까. 특히 요주의(?) 인물로 찍혀있는 제 입장에선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박승규(마르셀리노.40)씨. 본인의 고사를 뿌리치고 어렵사리 만난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 번 인터뷰를 거절한다. 「그들에게 어떤 빌미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박승규씨는 국내 성물 제작자 가운데 최초로 미주지역에 우리의 성상을 수출하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15년째 성물업계에 몸담고 있는 박씨에게 성상과의 인연은 우연찮게 찾아왔다.
「학교에선 동양화를 전공했습니다. 군제대 후 화실을 운영하던 중에 성상 채색 의뢰를 받고선 이 일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때가 82년 겨울이었지요.」
그때부터 꼬박 7년간 성상 채색 일만 했다. 제법 규모도 커져 사람들을 데리고 채색전문 작업실도 냈다. 당시 성상 채색은 국내 전문가가 드문 탓도 있었지만 박씨가 내는 색깔의 독특한 매력 때문에 상당히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박씨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각종 미술대회를 휩쓸었던 재원. 군 시절엔 포스터 공모전에서 국방부장관상, 사단장상 등을 수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90년「준 아트」라는 상호를 걸고 제작에도 참여했습니다. 채색 일을 하면서 제작에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였어요.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별 어려움 없이 운영이 되더군요.』
국내 성물업계의 실상에 대해 박씨는 말을 아끼려 했다. 그래도 생각만 하면 분노가 이는 모양이다. 한마디씩 내뱉는 말이 결국엔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국내 성물업계의 현실은 상상외로 복잡합니다(박씨는 여기서 입에 담기 거북한 직설적인 표현으로 국내 성물업계의 실상을 지적했다). 누구 하나 통제하는 사람도 없는데다 시장 싸움도 치열하지요.
제작자들은 중간 도매업자들에게 목이 매여 있는 상황이니 업계의 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지요. 지난번 가톨릭신문에서 그나마 이 문제를 지적해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만 이 세계의 실상은 그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러한 현실에서의 탈출구였을까. 박씨는 지난 94년 중반 미국에 1만 달러 상당의 성상을 수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현지에서의 반응도 좋아 96년 초반까지 모두 7차례나 수출 실적을 올렸다.
노력하는 이에게 운도 따라준다고 했던가. 미국의 대형 성물 수입업체인「G.A.F」사에 매회 4만 달러에 달하는 물량을 수출하고 있다.
「그전에 이 업체에서는 이태리에서 성상을 수입했다고 합니다. 제 물건이 들어가면서 성상 종류는 이태리 수입선을 끊었다고 들었어요.」
현지에선 내년까지 50만 달러 정도의 수출 거래를 추진하고 있고, 1백만 달러가 미국 업체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물량이라고 한다.
「수출 물건은 오히려 국내에 내는 가격보다 약간 높습니다. 또 중간 바이어를 거치지 않고 직수출하기 때문에 국내 사정에 비해 장래는 비교적 밝다고 봐야지요.」
이태리 등지에서도 제의를 받았지만 단가가 맞지 않아 거절했다. 수입한 물건을 3국에 역수출하는 관계로 구입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게 이유였다.
박씨는 입체동양화(Qubic Oriental painting)를 개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제품은 현재 노송가구가 의장특허를 낸 것으로 저작권은 여전히 박씨가 갖고 있다. 입체동양화와 성상 수출, 이 두 가지가 어려운 국내 성물업계에서 박씨가 버티게 만들어준 효자들이다.
「국내 시장은 갈수록 어려워집니다. 몇몇 분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획기적인 타개책 없이는 장래는 어둡습니다. 외국 수입산 성상과 국내산 저질 물건들의 덤핑공세로 뜻 있는 국내 생산자들이 사장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수출로 새 활로를 찾았지만 국내 사정만 생각하면 당장 포기하고 싶어진다는 박씨. 그래서일까, 연신 담배를 빼 무는 그의 표정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