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이던 큰 아들 요한이가 중학교 3학년이 됐어요. 아들이 사제가 되었을 때 내가 쓴 성서를 선물로 줄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3년간 구약성서를 필사한 김난영(레지나ㆍ대전 대사동본당)씨. 구약성서를 모두 필사하기란 사실 말처럼 쉽지가 않다. 김씨의 노력은 그래서 더욱 빛을 발한다.
94년 8월 29일 처음 펜을 들었다. 『아들의 사제성소를 간절히 기도하지만 늘 모자람을 느꼈어요. 또 어떻게 하면 아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까를 궁리하던 끝에 성서를 옮겨 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사춘기를 맞는 아이들을 하느님께서 잘 지켜 주시기를 비는 마음도 있었고요』.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쓰는 것을 목표로 매일 30분씩 성서를 옮겨 썼다. 그렇게 쓴 것이 대학노트 20권 분량.
『시작하고 1년동안 가장 힘들었습니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됐고요. 1년을 넘기면서「내 힘으로 하는 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할 수 있겠다 라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지난 봄, 큰 아들이 방황할 땐 더욱 가슴 아팠다. 성적이 떨어지더니 끝내 가출도 했다. 이때 남편과 슬기롭게 대처하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모두가 성서에서 얻은 지혜로움 때문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다행히 아들도 곧 안정을 되찾았다. 김씨는 그 덕에 또래의 청소년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고, 인내하고 기다리는 지혜도 배웠다. 이러한 변화는 남편과 시댁과의 관계에서도 찾아왔다.
김씨는 성서필사를 시작한 날(8월 29일)이 세례자 요한 수난 기념일이란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큰 아들 세례명이 세례자 요한. 분명 시작부터 하느님의 인도하심이 있었다고 그는 믿는다.
지난 5월 25일은 김씨가 필사를 시작한지 1000일째 되는 날. 김씨의 작업도 이날 끝을 맺었다. 그래서 김씨는 그동안의 일을「1000일 동안의 기도」라고 부른다.
『둘째가 자기 선물은 무어냐고 자꾸 졸라요. 그래서 라파엘에겐 신약성서를 선물로 주려고 해요』
두 아들이 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사제가 되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어 감사하다는 그는『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 가장 뿌듯하다』며『하느님이 함께 해 주시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난영씨는 대사동본당에서 꾸리아 단장과 자모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성가대, 사목회 구역분과 위원, 전례봉사 등 활동으로 본당에서도 알아주는 일꾼으로 소문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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