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는 화공학을 전공했다. 생활 방편으로 잠시 회사 생활을 하다 독일 유학 길에 올랐다. 수학과 전산분야 공부를 위해서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계기로 교회 장식과 각종 성구를 만드는 금속공예가가 되어 돌아왔다.
금속공예에 발을 들인지 13년째. 김효동(요셉. 아인스조형연구소 대표. 40)씨의 이력은 이러하다. 길지 않은 세월이지만 꽤 드라마틱하게 느껴진다.
대여섯 평 남짓한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교회 장식」이란 말에서부터 풀어 나갔다.
『교회 장식이란 용어가 사실 어디서 왔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물론「교회 장식」 만을 따로 전공하는 곳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달리 썩 괜찮은 말도 없는 것 같고요』
흔히 인테리어 정도로 속단하기 쉽지만 그건 분명 아니다.
교회 장식은 건축은 물론 금속, 유리공예, 조각, 회화 등 관련 분야가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빚어내는 종합예술이라는 얘기다.
「성당을 짓는 일이 어느 누구의 전유물일 수는 없다고 봅니다. 조각이나 스테인드글라스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 사목자가 함께 호흡을 맞추어야만 제대로 된 완성품이 가능하다고 봐요」
뿐만 아니다. 아름다운 외형도 중요하지만 각 부분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참 멋이 난다. 「감실 하나를 만들고 설치할 때도 성당 내부 벽면에서부터 지붕, 외곽 등을 모두 고려합니다. 그래야만 교회 장식의 멋이 살아날 수 있지요.」
85년 유학 길에 오른 김씨가 전혀 문외한이던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은 외삼촌인 김영환 몬시뇰(전 효성여대 총장)의 영향이 컸다.
「교회 장식을 전공해 볼 의향이 없느냐는 신부님 말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당시 국내엔 교황 방한으로「천주교」붐이 일던 때. 더구나 교회 장식이라고 전공한 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던 때였다.
친ㆍ외 가족 모두 구 교우인 집안 분위기도 그의 선택에 한 몫을 했다. 김영환 몬시뇰이 그의 외삼촌이고 정하권 몬시뇰(전 선목신학대학 학장)과는 외 5촌간. 한국외방선교회 김명동(아오스딩) 신부가 그의 동생이다. 교회사가로 유명한 김구정씨는 바로 그의 할아버지다.
6개월간의 갈등과 고민, 그는 마침내 독일 공예가 알프토이펠 밑에서 6년간 금속공예를 사사 받았다. 그리고「하나우」국립예술학교에서 관련 분야 이론과 실기를 익혔다. 한국을 떠난지 10년 만인 94년 8월, 그는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 8월 완공된 대구 대안성당과 경북 군위「안나의 집」 피정센터 경당, 한국 그리스도교 사상연구소, 구룡포성당 내부 장식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지금 제작 중인 경남 사천성당 내부 십자가와 동판으로 된 출입문도 기존의 틀을 깬 작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성작과 성반 등을 주문 제작해 준 성직자도 다수에 이른다.
「고착된 한 가지 형태만 고집하는 것이나 남의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 둘 다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각 성당마다 나름의 특징과 개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 국내 교회 장식 분야는 공급이 달린다. 따라서 많은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그에 따른 문제점도 적지 않다. 그나마 김씨처럼 전문교육 과정을 거친 이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모든 일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듯 저의 작업도 마찬가집니다. 내가 배운 것, 내 지식을 드러낸다고 생각하면 모든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아요. 저 자신이 하느님의 도구로 쓰일 준비가 되어 있도록 항상 마음을 평온하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한 사람의 장인이기 전에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하느님의 도구로 쓰이기를 열망하는 그의 손놀림은 그래서 더욱 성스럽게 보인다.
연락처-053)752-8495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