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교구 요한 통 보좌주교는 반환 후 홍콩교회의 장래에 대해 매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러한 낙관 역시 중국 정부의 성실성, 즉 당초 약속한「일국양제」를 중국 정부가 얼마나 충실히 지켜 나가는가에 달려 있음을 분명히 했다.
통 주교와의 인터뷰는 지난 6월 10일 홍콩 긴또(堅道)에 위치한 홍콩교구청 그의 집무실에서 이루어졌다.
=7월 1일 중국 반환 이후 홍콩교회의 진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 제32조는 반환 후에도 종교 자유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137조에는 천주교계가 학교를 운영할 수 있고 성서와 종교 과목을 가르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41조에선 신학교나 병원, 성당 등 기타 교회의 활동을 보장하고 다른 나라 교회들, 특히 바티칸과의 교류도 지속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기본법에 근거해서 우리는 중국 반환 뒤 홍콩교회의 장래를 낙관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본토) 정부는 개방정책을 고수할 것이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도「일국양제」는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이 체제는 홍콩을 위해서도 유익한 것입니다.
=홍콩의 장래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이러한 관심과 우려의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물론 걱정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처럼 그렇게 되돌아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통합 조약과 기본법에 대한 신뢰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를 문제 삼는다고 해서 달라질건 없습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일국양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당한 근거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굳이 이를 의심하려 할 필요도 없고, 또 미래에 대해 낙관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우리 신자들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최근 몇 년간 홍콩교회는 큰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신자 수는 3배 가까이 증가했고, 성소자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믿습니다. 홍콩교회에 역사하시는 하느님을 믿기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과거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비관적인 전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과연 기본법이 지켜질까』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 신앙인들은 하느님을 믿기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노력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섭리는 한 곳이 잠기면 다른 곳의 문을 열어 주실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믿어야 합니다.
=중국 정부의 간섭이나 통제 조짐이 없습니까. 최근 천주교 신자인 홍콩의 마틴 리 민주당 총재는 중국 정부의 압력과 통제 조짐을 지적하고 비난한 바 있습니다. 혹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홍콩교회는 어떠한 입장을 취하게 될런지요.
▲교회의 공적인 직무를 맡고 있는 성직자나 수도자들은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홍콩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이고 원칙입니다.
그러나 평신도의 경우는 다릅니다. 그들은 양심적인 차원에서 정치적인 발언이나 표시가 가능하고 그럴 자유가 있습니다. 교회는 이들을 지지하고 후원합니다. 우리는 마틴 리씨의 신앙과 신념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본토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그것은「일국양제」가 아닙니다. 교회로서도 가능한 방법으로 교회의 입장을 드러낼 것입니다.
=홍콩교회가 중국의 교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동안 중국교회와의 관계는 상당한 진전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상황이 나아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더 나빠질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중국교회를 위해서 많은 것들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홍콩교회는「다리교회」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 합니다. 중국교회와 세계 보편교회와의 다리 말입니다. 지금이 그럴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애국회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고, 그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보다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우리 모두는 교회 안에서 한 형제』임을 드러나게 할 것입니다.
통 주교는 사안이 민감한 만큼 인터뷰 내내 말을 아끼려는 빛이 역력했다. 통 주교는『아시아의 교회 공동체는 모두가 형제교회』라면서『형제 교회로서의 동질성과 공동 토대를 구축하고 아시아의 발전을 위해 함께 협력하고 기도하자』고 덧붙였다.
◆중국 반환 앞둔 홍콩ㆍ홍콩교회, 역사의 현장을 가다 - 「일국양제」에 희망… 불안ㆍ기대 교차
반환 후 홍콩판 엑소더스는 과연 일어날 것인가. 향후 50년간 홍콩 내 자치를 약속한 소위「일국양제」협정은 제대로 지켜질 것인가. 「동양의 진주」홍콩 경제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6월 30일 금세기 최대 정치 이벤트로 불리는 홍콩의 중국 반환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반환을 불과 보름 앞둔 홍콩의 모습은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외형적으로는 평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구룡의 공항에서 홍콩섬으로 가는 도로는 매번 이처럼 혼잡한지, 극심한 교통 체증이 반대편 차선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6월 기온이 섭씨 30도 안팎. 그러나 체감 습도가 95%에 이른다는 홍콩의 후덥지근한 날씨는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았다.
■불확실한 항해
『「일국양제」는 결국 중국 자신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다. 둘째 홍콩을 위해서, 그리고 나아가 대만을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홍콩은 모델 케이스다. 만약 홍콩이 잘못된다면 대만을 통합하려는 중국의 시도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경 정부도 무리수를 두지는 못할 것이다』.
홍콩의 가톨릭신문인「공교보」의 총편집자 장가흥(張家興)씨의 말이다. 반환을 앞둔 홍콩인들의 심경은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담고 있는 이 한 마디로 요약된다.
그는 덧붙인다. 『우리가 중국인임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러나 국가에 대해 애국심은 결여돼 있다. 젊은이들은 더욱 그러하다. 앞으로 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애국심을 갖게 할 수 있을 것인지가 숙제다』
「영국령 홍콩」에서「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로 변화되는 홍콩의 장래에 대해선 이처럼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시내를 달리는 2층 버스가「경축 회귀」라는 문구를 붙이고 다닐 뿐 도시의 외형은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현지 언론들은 홍콩 반환을 연일 특집으로 다루고 있어 시민들의 담담한 표정과는 대조를 이룬다.
『한인 교포들의 상황은 정확히 말하기 곤란하지만 현지인들은 상당수가 장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습니다』. 한인 교포 박은영(스텔라)씨는『홍콩에 뿌리 내린 처지가 아니다』는 전제를 달면서 이같이 말했다.
현지 외환 딜러인 조상열(요한)씨는『홍콩 거주 외국인이나 홍콩인들 보다 사실은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씨가 소속된 회사도 일찌감치 홍콩 반환을 앞두고 타지로 이전을 신중히 검토했으나 홍콩에 남기로 결정을 내렸다는 것. 반환 뒤의 홍콩 장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식 등록된 숫자만 18만 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사정이 다르다. 중국 반환은 곧 그들의 생계문제와 직결된다. 지금까지 이들에게 홍콩은「드림랜드」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반환 뒤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북경 정부가 본토 출신 노동자들의 대거 유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이런 우려를 더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휴일이면 수천 명의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몰려드는「statue square」의 분위기도 예전 같지가 않다. 반환 뒤 자신들의 장래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일부이긴 하지만 낙관론도 있기는 하다. 외국인 회사에서 일하는 소수의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영어가 가능해야 하기에 중국인들이 그들의 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 죠셉성당에서 만난 필리핀 루틸다씨(여. 43)는 그러나『외국인 가정에서 파출부로 일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에겐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미래는 낙관적(?)”
홍콩의 교회도 이러한 상황에서 예외일 수 없다. 교회는 중국이 홍콩에서 반발을 두려워하는 언론ㆍ인권단체와 함께 주권 반환 후 십자가를 짊어질「3대 희생양」으로 통한다. 순탄치만은 않을 교회의 앞날을 예견한 듯 하다.
홍콩교구 선교학원(Mission School) 이사장 위 신부는『특히 교육 분야에서 북경 정부와 갈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홍콩 내에 교회가 운영하는 가톨릭계 학교는 3백 29개교. 홍콩 청년들의 1/3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학교에선 종교 과목을 정규 커리큘럼에 넣어 가르친다. 성경 학습 시간도 있다. 북경 정부는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길 것이다. 어쩌면 사회주의 정권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할 종교 교육에 제동을 걸려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 신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교회는 어떤 압력과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교회가 가르치고자 하는 것을 지금처럼 충실히 가르칠 것이다』.
물론 위 신부도 홍콩의 장래를 결코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복음의 정신에 입각, 사랑과 평등, 인간애를 주창하는 교회와 사회주의 정권의 양립. 이런 설정 자체만으로도 교회의 앞날을 우려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정작 홍콩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것은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간섭과 통제.
지난 14일 임시 입법회의는 주권 반환 이후 홍콩 시민들의 시위를 제한하고 정치 및 기타 단체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신 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1일부터 홍콩 내의 모든 시위는 종래 신고제에서 경찰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이처럼 아무리「일국양제」라는 별개 살림이지만 사회주의 중국으로 편입되는 상황은 홍콩인들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홍콩교구 요한 통 보좌주교는 홍콩교회의 장래에 대한 우려를 인정하면서도「일국양제」에 대한 강한 희망을 피력했다.
홍콩의 앞날은 불확실하다. 우려를 갖는 것도, 낙관하는 것도 모두가 나름의 설득력을 갖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희망은 있다』는 것이, 아니『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면서도 북경 정부의 일거수 일투족에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 이것이 반환을 앞둔 홍콩ㆍ홍콩교회의 모습이다.
◆통합 선언과 기본법
1984년 9월 26일 북경 인민대회당. 영-중 양국 고위 관리들이 배석한 가운데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와 중국의 자오쯔양 총서기는 97년 7월 1일 홍콩 반환과 50년간의 자치를 약속한 협정 문서에 서명했다.
중국 정부는 이후 90년 전국인민대회에서 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중화인민공화국 주석령」으로 발효된 이 기본법은 제1장 총칙에서 9장 부칙까지 9개 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각 분야에 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명시했다.
통합 선언과 기본법의 주요 내용은『50년간 현 체제 속 자치 보장』을 근간으로 하며 ▲1국 2체제(일국양제) ▲고도의 자치 보장 ▲홍콩인에 의한 홍콩 통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외교 안보 등 대외적인 주권 행사만 중국 정부가 책임지고 나머지는 현 체제를 유지하게 돼 있다. 반환 뒤 홍콩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특히 홍콩 인수 작업의 성공 여부가 대만 통일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국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북경 당국의 보장에도 홍콩이 지금과 같은 지위를 계속 보장 받을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홍콩문제가 중국 전체의 이익과 상충될 때는 얘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홍콩의 장래는 의문과 주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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