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르고, 접고, 구부리는 손길 위에서 조각조각 색종이들은 빨갛고 노랗고 보랏빛 나는 온갖 화려한 꽃들로 피어난다. 구비구비 접혀 올라간 줄기 위에 핀 종이 꽃들이 흡사 생명을 지닌 꽃들 같다.
종이접기 경력 10년이 넘은 이명희(루피나·37)씨의 손놀림은 마술 같다. 그저 아이들 놀이감 정도로만 여겨지던 종이접기는 다양한 기법과 반짝이는 독창성으로 더 이상「장난」이 아니다.
한국 종이접기협회 수원 권선지회 지부장인 이씨를 중심으로 회원 1백50여 명은 지난 5월 수원시청 로비에서「사랑의 종이접기」전시회를 가졌다.
대부분 주부와 직장인인 회원들의 작품 2백여 점이 시청 로비를 아름답게 장식했다. 여기서 작품 판매로 얻은 수익금은 모두 경기도 장애인 재활협회 부설「파랑새 어린이 집」에 전달했다.
『모든 회원들이 이웃을 돕는다는 따뜻한 마음으로 밤을 설쳐 가며 두 달이 넘게 준비했어요. 우리 손놀림 하나하나가 바로 장애인들을 돕는 손길이 된다는 기쁨으로 고단한 줄도 몰랐지요』
수원 권선지회가 문을 연 것이 지난해 9월. 이번 전시회의 계기가 된 것은 이보다 앞선 3월의 일이다. 열심한 레지오 단원이던 이씨가 나름대로 이웃을 돕는 방법으로 찾은 것이 인근의 장애아 수용시설인「파랑새 어린이 집」에 종이접기 무료 교습을 나간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중증 장애아들이라 교습에 한계를 느낀 이씨는 북중학교 내 특수학급 아동들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어버이날 장애 자녀들이 직접 만든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은 부모들은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던 아이들의 기특한 선물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장애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았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전시회. 아직 개인전을 한 번도 갖지 못했던 이씨는 처음에는 개인 작품전을 생각했지만, 수제자(?)들이 자기들도 빠질 수 없다며 동참해 지회 회원들이 모두 참여하는「사랑의 종이접기」가 됐다.
『종이접기는 아이들의 정서 함양이나 지능 발달뿐만 아니라 주부, 직장인의 취미활동으로도 좋습니다. 고스톱이 치매방지 효과가 있다지만 그것보다야 종이접기가 훨씬 좋지 않겠어요?』
실제로 손자 손녀와 친해질 수 있다며 종이접기에 발 벗고 나선 열성파 노인들도 많다. 권선지회는 이런 노인들을 위해 인근 무봉노인대학에서도 무료 강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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