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속,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수많은 별들이 총총하다. 맨눈으로 보기가 갑갑해 성능 좋은 망원경으로 황홀한 별천지를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아이들에게 「별 사랑」을 가르치기로 했다.
경기도 가평 명지산 중턱에 세운 별 관측 캠프장 겸 사설 천문대 「코스모피아」대장 이세영(토마스ㆍ45)씨. 「명퇴」다 「실업」이다 말 많은 요즘에 보험회사 이사직을 내던지고 심심산속으로 찾아든 그는 전 재산을 쏟아 국내 하나뿐인 사설 천문대를 갖춰 별 캠프장을 열었다.
지난해 가을 가평군 하면 상판리 산 90에 착공한 천체 관측 돔과 강의실, 세미나실, 매점과 식당, 80여 명 수용 규모의 콘도급 숙소 2동이 반년 만에 다 지어져 4월에 준공검사가 떨어지고 5월 3일 공식 개장했다. 하지만 이미 얼마 전 헤일-밥 혜성의 근일점 통과 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 바 있다. 지금까지 다녀간 사람만 6백여 명.
별 캠프장을 찾는 손님들은 저녁 7시부터 대략 10시까지 진행되는 별 프로그램에 마음을 빼앗긴다. 간단한 강의, 히지만 컴퓨터와 CD롬, 모니터 화면을 크게 확대해 보여 주는 프로젝터 등 첨단 장비로 무장한 환상적인 이론 강의에 이어 흥미진진한 별 관측이 시작된다.
40cm와 20cm 슈미트 카세그레인, 13cm 막스토프, 10cm 굴절 외에 여러 의 망원경이 구비돼 있고 특별히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중고 망원경 10여 대를 야외에 전시해 둔다.
하지만 「코스모피아」의 자랑은 역시 보현산과 소백산 국립천문대 망원경들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큰 40cm짜리. 미국에서 수입한 것이다. 관측 돔에 별도 기둥을 세워 고정시킨 이 망원경을 쓰다듬는 그의 손길은 자식을 어루만지는 듯하다.
별 캠프장은 30여 년 전 아버지가 마련해 둔 산 16만 평에 지어졌다. 아들은 잣나무, 낙엽송 모목들을 촘촘히 정성들여 심었다.
그러기를 10여 년 되자 이제 제법 머리 위로 올려다 볼 수 있는 큰 재목들로 자랐다. 처음에는 민숭민숭 하던 산들이 이제는 녹색으로 짙게 물들어 있다.
12년 동안 주말이나 조금 한가하면 찾아오던 산 속에서 그는 별을 올려다 보며 꿈을 꾸곤 했던 동심을 다시 한 번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별과 관련된 책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고 비싼 망원경을 구입했다.
하늘 천문동호회, 별 부스러기 같은 아마추어 천문동호회에도 참여하며서 별에 대한 사랑을 키웠다.
별 캠프장을 세우기로 결심하자 모든 사람들이 쌍수를 들고 말렸다. 『왜 말리지 않겠습니까. 잘 다니던 회사 관두고 하늘이나 쳐다 보겠다는데. 하지만 어떡합니까. 하고 싶은 걸』
겨우 주위 사람들을 설득했지만 수련원 허가를 얻는 일은 밤하늘에서 이름 모를 별 하나를 찾아내는 것보다도 힘들었다. 절차가 까다로웠고 관공서 사람들의 딱딱하게 굳어진 머리는 별로 들어본 일이 없는 「별 캠프장」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그가 동원한 방법은 「별 보기」. 일단 그가 보여 준 별을 들여다 본 사람들은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그는 코스모피아의 위치가 천문 교육장으로서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라고 자랑한다. 『별 보기의 가장 큰 장애는 잡빛입니다. 이곳은 서울과 수도권의 불빛이 차단되면서도 거리상으로 서울 도심에서 1시간 반이면 닿지요』. 사면이 산이고 주위에 인가도 없어 해만 떨어지면 칠흑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보는 달은 거짓말처럼 밝고 크다. 맨눈으로도 잡힐 듯 보이는 달을 다시 고성능 망원경으로 샅샅이 훑어 볼 수 있다.
『별을 보지 말고 감상하라고 말합니다. 별을 바라보며 자란 아이들은 다른 아이보다는 마음의 너비와 깊이가 분명히 다릅니다』
※ 문의 = 코스모피아 (0356)85-0482,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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