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괴로웠던 사건은…
김수환 추기경이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학생회가 5월 14일부터 17일까지 주최한 제25회 알마(ALMA)축제에 초청 강사로 초빙돼,「한국 사회 격동기 안에서의 사제」란 제목으로 강연회를 가졌다.
5월 16일 오전 10시부터 개최된 이번 초청 강연회에서 김 추기경은「발전과 가치문제」「인권과 사회정의문제」「교회의 사회 참여」「지학순 주교님 구속-정의구현사제단 출현」「10·26 사태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평소 소신을 밝히고 자신의 처지와 심경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김수환 추기경은 격동기로 대변되는 군사독재 시절 30여 년 동안 가장 괴로웠던 사건으로「지학순 주교 사건」과「5·18 광주민중항쟁」을 꼽았다.
지난 74년 7월 6일 지 주교가 민청학련사건으로 구속되었을 당시 김 추기경은 박정희 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고 한다. 대통령과의 면담 직후 지학순 주교가 풀려났지만 가택연금이 되어버린 지 주교의「양심선언」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고 김 추기경은 회상하고 당시 양심선언이 교회 안팎으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것을 염려,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결국 양심대로 해 달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 추기경은『5·18 때가 가장 가슴 아팠다』고 회고하고『당시 윤보선 전 대통령, 허정씨 등 사회 원로와 함께 군부에 항의 성명을 내고자 추진했지만 이루지 못했고, 독자적 강경 항의 성명도 구상했으나 자칫 성난 학생, 노동자들을 충동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유혈사태까지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 몇 번 기안하다가 성명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추기경은 6·10 때 농성 중인 학생들을 구금 또는 해산시키기 위해 공권력 투입이 확정된 것을 고위 관리가 전하러 왔을 때,『그렇게 한다면 맨 먼저 내가 거기 있을 것이고 수녀들이 있을 것이고 그 뒤에 학생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밝히고『결국 공권력 투입이 철회되고 수일 후 학생들도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 추기경은 이번 초청 강연회에서 74년 지 주교 사건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공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부정부패 방관은 직무유기
김 추기경은 박 대통령의「정교분리원칙」에 대해 동감을 표하면서도 한 사회 안의 사람들은 종교가 그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구실을 다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회 전체의 어둠도 밝혀 줌으로써 사회를 도덕과 윤리로써 정화시켜 주길 원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교회가 만일 사회가 윤리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부정부패로 썩어 가고 있는데도 방관만 하고 있다면 사람들은 직무유기라고 말하지 않겠느냐고 종교의 사회 참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김 추기경은 교회가 현실 참여를 하게 된 이유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근거한다고 역설하고 바티칸 공의회 문헌「현대 세계 속의 교회의 사목헌장」서문『기쁨과 희망, 슬픔과 번뇌, 특히 현대의 가난한 사람과 고통에 신음하는 모든 사람들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도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번뇌인 것이다』를 인용, 교회가 왜 지난 세월 군사독재 정권 아래서 사회 참여에 적극적이었는지를 설명했다.
◆종교의 사회 참여 입장
또한 김 추기경은『교회는 인간의 존엄성에 위배되고 인간의 삶의 목적에 위배되는 반 인간적, 반 인륜적인 것을 배척한다』고 말하고『그리스도께 있어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곧 인간이오, 인간은 그리스도의 길』이라며『인간은 교회의 길이요 사제인 우리의 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정치 문제 개입 이유
김 추기경은 또『많은 이들이 내가 정치에 관심이 많아 그동안 정치문제에 개입하게 된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70-80년대의 긴 터널을 지나 오면서 나는 교회는-사제는-참으로 이런 시대에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교회는 그리스도와 같이 자기를 위해 살지 않고 남을 위해서-사람을 위해서-살아야 하지 않는가? 란 질문을 자주 내 스스로에게 던져 왔다』고 토로했다.
김수환 추기경은『2000년 대희년을 맞이하는 교회의 모습은 참으로 인간을 위해 자신을 완전히 내어 주신 그리스도의 투명체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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