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던 세월입니다.』
4월 30일자로 대구대교구 신동본당 사무장직을 정년 퇴임한 마백락(글레멘스)씨. 『주위 분들의 도움과 격려가 없었던들 오늘의 제가 있을 수 있었겠느냐』며 소감을 대신하는 그의 눈가에 감사와 아쉬움의 표정이 교차한다.
61년 칠곡본당 사무장으로 첫 발을 디딘 그는 올해로 사무장 생활 33년째다. 61년 칠곡본당에서 세례를 받고 전교회장으로 활동하던 마씨는 71년 신동본당 전교회장 겸 사무장으로 옮겨온 이래 26년간 신동을 떠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신동본당을 떠날 기회가 몇 번 있었습니다만 외국인 신부님을 모신 농촌 본당 사정상 한국인 전교회장이 꼭 필요하기도 했고, 인근 나환자촌을 두고 떠날 수가 없었지요』.
그러나 마 회장을 이곳에 묶어놓은 데는 또 다른 사연이 있다. 73년 3대 본당 신부로 부임해 온 왕 신부가 2년 만에 암으로 눈을 감으며 그에게 남긴 유언 때문. 다름 아닌 『신동본당을 지켜 달라』는 한 마디였다.
『70을 바라보는 고령과 투병의 고통 중에서도 가정 방문을 다니시는 신부님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의아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신부님의 생전 모습이 제겐 큰 힘과 용기를 주었지요』.
마 회장은 사실 평신도 교회사 전문가로서 이미 교회 안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처지다. 60년대 초부터 신나무골, 한티 등 대구를 중심으로 한 경남북지역 순교자와 초기 교회사 연구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몰두했으며, 그 성과 또한 두드러진다.
대구대교구는 물론이고 안동, 마산, 부산교구와 관련된 교회사적 연구와 사료 발굴 노력은 한 사람의 평신도로선 엄두를 못 낼 일이기도 하다. 「한티」 순교자 묘를 발굴하고 성지로 조성하는 데도 그는 단연 주역이었다.
87년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로 불리는 김범우의 묘를 발굴했고, 93년엔 안동교구 신앙 원조 홍유한의 유택과 묘를 발굴하고 성지로 개발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경상도 교회와 순교자들」 「대구 관덕정의 순교자들」 「성 김대건 신부 가문의 순교자와 증거자들」등 교회사 관련 저서도 다수 출간했다.
『본당 일을 보면서 주로 월요일에 연구를 했지만 일과시간을 할애한 적도 많았습니다. 본당 신부님과 신자분들의 이해와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그가 굳이 모든 공을 주위로 돌리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68년 당시 가톨릭신문사 사장이면서 칠곡본당을 맡고 계시던 박병원 신부님, 또 그때 교구 액션단체 지도 신부로 계시던 이문희 대주교님, 김달호 교수님 등과 함께 한티 도보 성지순례를 성사시켰습니다. 또 한국 천주교 2백주년을 앞두고 저를 불러주시고 격려해 주신 최홍길 신부님, 부산교구 송기인 신부님, 영남교회사연구소의 구본식 신부님, 관덕정 장병배 관장 신부님 이런 모든 분들과의 인연이나 도움 때문에 오늘 제가 있다고 봅니다.』
마 회장의 일과는 퇴임 후에도 별로 달라질 게 없을 듯하다. 오히려 그나마 미루어 왔던 일들을 본격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담감이 앞선다.
우선 다음 학기부터 부산가톨릭대학에서 한국 교회사를 강의하기로 이미 내정되어 있다. 대구대교구 관내 순교자 시복 조사 자료를 마무리해야 하고, 낙산본당 1백년사도 끝내야 한다. 김범우 순교 210주년이 되는 올해 「김범우 가문의 순교자들」에 대한 책도 펴낼 계획이다. 또 김대건신부의 선조들 묘소를 발굴하고 성역화하는 작업도 구상 중이다. 이미 일부는 작년 7월 발굴한 바 있다.
마 회장은 그동안 사무장 봉급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다. 어려운 본당 살림을 감안해 절반만을 받기로 고집해 왔다. 그 대가는 아내와 가족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교직에 있으면서 살림을 꾸려 온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라고 그는 말했다.
마 회장의 정년 퇴임식은 오는 5월 18일 오전 10시 신동본당에서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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