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앙과 정신을 우리 전통문화 안에 어떻게 받아들여 뿌리내리는가, 또 우리 고유의 전통과 사상이 어떻게 가톨릭에 기여할 것인가의 두 차원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3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문화에 대한 사목적 접근」을 주제로 바티칸에서 열린 교황청 문화평의회 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이광규 교수(서울대 문화인류학과)는 앞으로 가톨리시즘과 전통문화 및 사상과의 조우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 추진해 나가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한국 교회 차원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연구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유사한 역사와 전통을 공유하는 아시아권 국가들이 의견을 모아 토착화 문제를 다룰「소위원회」등의 모임이 있어야 합니다』
3년마다 열리는 문화평의회 총회 참석자는 위원과 자문위원, 상근 운영위원으로 나눌 수 있다. 이번 총회에는 주로 주교급 이상의 고위 성직자로 구성된 위원으로 추기경 10명과 주교 11명이 참석했고 자문위원에는 주교와 몬시뇰, 신부 등 성직자가 9명, 평신도 학자가 4명 참석했다. 문화평의회의 전반적인 운영을 맡는 상근 운영위원에는 몬시뇰 1명과 신부 8명이 있다.
사흘간의 일정은 주제에 대한 기초 자료의 보고와 토론이 주를 이루고 총회 둘째날에는 교황 알현이 있었다.
이 교수에 의하면 참석자들은 크게 두 가지 입장을 갖고 있다. 한편은 타 종교와 문화에 대해「타협은 있을 수 없다」「그리스도교의 문화를 전달하는 것으로 족하다」는 자세를 보인 반면에 다른 한편은「가톨릭교회가 진정으로 보편성을 지닌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타 문화와 종교를 이해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이번 총회 참석에 대한 인상을 한 마디로「전반적으로 보수적」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정보화 사회로에 대한 대응이나 포스트 모더니즘 등 현대 사회의 새로운 조류에 대해서도 의견은 두 가지고 나눠진다.
이 교수는 총회 석상에서 이러한 두 가지 상반된 입장에 대해『신학, 전례를 포함한 가톨릭교회의 모든 것이 초대 교회 때부터 현재의 모습이었던 것은 아니다』며 가톨릭교회의 현재 모습이 지속적인 토착화의 결과였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구라파가 아닌, 아시아권에서의 토착화 역시 시대가 요청하는 과제라는 주장이다.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극도의 개인주의로 인한 집단의 해체입니다. 가족이라는 일차집단을 중심으로 하는 유교는 서구사상이 부딪힌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길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총 43명이 참석한 이번 총회에서 아시아권의 참석자는 자문위원인 이광규 교수 한 명뿐이다. 상임 운영위원에 인도 출신의 신부 한 명이 있지만 운영위원은 사실상 스텝진에 속한다. 세계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아시아는 토착화에 대한 가장 큰 고민을 안고 있는 대륙이다.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해서는 타 종교와 문화에 대한 연구,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대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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