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먼저 조건을 보고, 외형을 따지고, 대상을 고른다. 그러고 나서야 사랑을 줄지 말지, 사랑을 할지 말지 결정한다. 각박한 현대사회 안에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이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랑의 소명을 실현하는 대표주자로 꼽히는 성직자들에게도 사랑은 어렵기만 하다. 늘 먼저 다가가, 먼저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아낌없이 베푸는 사랑을 배우기 위해 밑바닥까지 내려앉는 내면의 투쟁, 다양한 시행착오 등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들에게 사랑은 운명이고 행동이고, 조건없이 하는 것으로 자리 잡았다.
「그 안에 사랑이 있었다」(212쪽/1만1800원/마음의숲)는 11명의 신부들이 말하는 ‘사랑하는 법’을 한데 엮은 책이다.
‘당신의 이름, 사랑’, ‘사랑을 묻다’, ‘사랑이 대답하다’, ‘사랑, 사랑만’ 등 총 4장으로 구성된 소주제 아래 차동엽(미래사목연구소 소장)·박진홍(대전교구 청소년사목국장)·조재연(서울대교구 무악재본당 주임 겸 햇살 청소년 사목센터 소장)·강석진(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순교영성연구소 소장)·송영오(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 소장)·지영현(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김영호(대구대교구 신룡본당 주임)·최정묵(청주시 노인종합복지관장)·류해욱(예수회 피정지도)·정인준(원주교구 서부동본당 주임)·조현철(예수회, 서강대 교목처장) 신부가 직접 쓴 글을 담아냈다.
“넘어진 사람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강조한 첫 인물은 차동엽 신부다. 차 신부는 증거자 송해붕에 대해 알게 되면서 마음에 사랑이 가득 차면 버려져도 좋다는 것, 사람을 꾸준히 사랑하면서도 버려짐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방황했던 청소년기, 채워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목마름으로 고민하며 성장했던 조재연 신부는 특별히 더 청소년들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한다.
송영오 신부는 가정이라는 작은 둥지에서 경험한 일들이 인생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낸다.
사랑의 가치를 몰라서가 아니라 두려워서 사랑을 잘 실천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류해욱 신부는 얼마나 사랑하며 살고 있는 지 되묻는다.
언젠가부터 ‘사랑’은 ‘연애’의 다른 말이 되어 있는 이 사회 안에서 11명의 신부들은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말한다. 사랑은 함으로써 오히려 받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특히 11명의 신부들은, 사랑이란 주고받아야 하고 증명해줘야 하고 받아서 써버리는 소비재가 아닌, 잔잔하고 깊은 물처럼 어둡지만 동요가 없고 묵직하고, 축적되는 힘이라고 강조한다. 소소한 일상생활을 통해 밝힌 솔직한 고백은 더욱 깊은 공감대와 여운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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