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안영(실비아·72)씨는 “도처에 지천으로 책이 쌓인 이 시대에 또 한 권의 책을 보탠다”며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살아있음의 증거가 아니냐며 마음 돌려 웃는다”고 겸손하게 첫 줄을 써내려갔다.

가톨릭계 병원에서조차 포기하기를 권했던 아기를 끝까지 낳은 사연은 눈물과 미소를 함께 가져다준다. 그 아기는 비록 오래 살지 못했지만, 주인공은 덕분에 또 다른 아이를 입양해 행복을 나눌 수 있었다. 기도와 신앙인으로서의 자세를 다지는 방법으로 며느리와의 갈등을 푼 시어머니 이야기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삶의 단편이다. 또한 종교적 신념 때문에 수혈을 거부하는 환자와 생명 수호의 뜻을 실현하려는 다른 가족의 비밀스런 도움, 노년의 외로움, 각종 사회 이슈들을 배경으로 한 각 작품들은 ‘무엇이 진실인가’를 알기 위해 기도를 시작하게 만든다. 간혹 ‘어떻게 살아야할까’ 의구심이 밀려들 때 한 번쯤 펼쳐 봐도 좋을 소설집이다.
특히 안씨의 글은 삶에서 왜 문학이 필요한가를 구체적으로 느끼게 한다.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원숙한 신앙인의 자세 또한 짙게 배여난다. 안씨 스스로가 먼저 삶과 신앙의 의미에 대해, 문학의 가치에 대해 충실히 응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먼저 가슴 깊이 느낀 내용들을 바탕으로 창작의 펜을 들어, 작품마다 사실성이 담뿍 묻어나는 것도 특징이다.
안씨는 “지난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방한하셨을 때 문화인들과의 만남 시간을 마련하셨는데 그때 하신 말씀이, 어느 곳에서나 ‘선교를 염두에 두고 문화 활동을 해 달라’였다”며 “그 이후로는 항상 드러내 놓고 수필이건 소설이건 복음을 살아내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고백한다.

▲ 소설가 안영씨.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후 다양한 소설과 수필집, 동화, 장편소설 등을 펴내며 문인으로서 소명을 실현하는데 매진해왔다. 퇴직하자마자 9년째 노인대학 성경 말씀 봉사자로 활동하는 것도 작은 봉헌의 마음이다.
“고통 속에서도 기도할 수 있음에 더욱 감사한답니다. 모든 것이 합해져 선을 이룬다는 성경말씀을 늘 기억하며, ‘하느님께서는 내일은 무슨 더 좋은 것을 주실까?’ 이웃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눠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