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시를 통해 만나왔었다. 홍윤숙(테레사·86) 시인. 한국 문학사에서 1세대 여류시인으로 큰 물줄기를 이끌어오던 홍 시인은 여든을 넘긴 나이에 세 번의 큰 수술과 긴 투병생활을 견뎌야했다. 2010년에는 “생의 마지막 시집을 엮는다”는 소회를 밝히며 시집을 냈다. 그렇지만 시인의 펜은 꺾이지 않았다. 대신 시인은 내면의 밑바닥까지 깊이깊이 들어가,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이른바 참회록을 길어 올렸다.

누구에게나 애틋하게 느껴지는 존재가 어머니이지만 지금 이 시간, 원로시인이 그토록 애타게 어머니를 부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시인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 부끄러움을 마치 고해성사 보듯 솔직하게 풀어내며 용서를 청한다. 그리고 어머니 살아 생전에 불효했던 바를 뉘우치는 자전적 내용들을 풀어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불효자식이라는 죄의식이 떠나지 않아 참회록을 통해 어머니의 영혼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픈 마음으로 쓴 글이다. 그렇게 글을 쓰는 과정은 시인 자신의 아픔과 뒤엉킨 원망도 내려놓는 시간이 됐다.
시인은 그동안 시집 외에 수필집도 9권이나 펴냈지만, 어머니에 대한 부분은 피상적으로 풀어냈다. 자신의 아픔과 부끄러움이 가득한 속내를 드러내기 싫었기 때문이라고.
10살 때 시인의 아버지는 바람을 피우고 집을 나갔다. 홀로 남은 어머니는 끝도 한도 없는 집안일을 혼자서 해내야 했다. 한평생 자식들을 위해 기도와 눈물로 삶을 채웠다.
시인의 말을 빌리면 “자신을 버리고 잊히고 사라지는 일에 초연한…”, 그렇게 애달프게 산 어머니를 시인은 슬프게 하고 괴롭게 하고 아프게 했다고 고백한다.
“단 한 번도 어머니를 모시고 나가 맛있는 음식을 대접한 적도 없고, 큰딸네 가시면 공연히 불안하고 조바심만 내다 일부러 화를 냈고, 온갖 상을 타면서도 단 한 번도 어머니를 그 수상식장에 모신 적도 없고, 상장이며 부상품을 보여드린 일도 없었다. 고작 매달 용돈 얼마씩을 집어드린 것 말고는….”
감추고만 싶었던, 죽고만 싶었던 어린시절 이야기에서부터 풀어낸 가감없는 고백들은 여전히 살아있는 어머니들도 기억하도록 초대한다. 모든 어머니를 위해 기도하고, 고마움을 표현하며, 용서와 화해로 이끄는 수필이다. 책의 끝머리에는 어머니를 주제로 한 시 7편도 실어 더욱 풍성한 시인의 문학세계를 들여다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