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녀가 최근 새로 선보인 시집 「작은 기도」(200쪽/9500원/열림원)는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 있도록 우리를 다독여준다.

이 수녀는 이번 시집을 “그냥 개정증보판이라고 하지…”라며 특별한 수식어를 붙이길 만류했다. 하지만 이 책은 이 수녀가 암투병 중에도 쉼 없이 써두었던 50여 편의 미발표작을 만나게 해 준 반가운 작품집이다. 그외의 시들은 1999년 냈던 시집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에서 골라냈다. 특히 이 시집에서는 하느님을 향한 기도가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되길 바라는 이 수녀의 문학적 뿌리를 총체적으로 엿보게 해 출간의 의미를 더한다.
이 수녀는 수도원에 살면서 단 하루도 기도하지 않은 날이 없지만, 기도에 대한 갈증은 끝이 없다고 말한다. 해도 해도 다는 채워지지 않는, 그러나 항상 가슴을 뛰게 하는 기도는 아마도 영원한 사랑이고 그리움이라고 풀어낸다. 무엇보다 이 수녀는 이번 시집을 통해 일상에서 봉헌하는 작은 기도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길 바랐다.
“기도는 성당에 가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이웃에게 고운 말을 쓰는 행동 하나, 용서하는 마음 한자락이 더욱 큰 기도가 됩니다. 용서하는 삶 따로, 성당에 가서 기도하는 삶 따로 살면 어쩝니까. 기도는 삶 전반에 걸쳐 있는 것입니다. 결코 따로따로 있는 것이 아니지요.”
이 수녀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시어들을 읽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깊은 위로에 젖어 나의 일상을 돌아보는데 큰 힘을 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