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금치는 오늘도 새남터 형장에서 천주교 신자들의 목을 벴다. 천주에 대한 믿음을 간직한 그로서는 단칼에 목을 베, 그들이 천국으로 가는 길을 고통 없이 보내주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반상의 도리가 엄격한 신분 사회에서 ‘천주’ 아래 모두가 평등하다는 천주교의 세계관은 반역 그 자체였다. 하지만 세계를 바꾸려는 천주교의 방식은 ‘친구를 위해 대신 죽어줄 수 있는’ 사랑과 헌신의 방식을 보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순교였다.
소설 「새남터」(360쪽/1만2000원/Human&Books)의 주인공은 ‘천주’를 믿는다는 이유 하나로 존경받는 양반에서 관노로 또다시 망나니로 밑바닥 인생을 경험한다. 그는 마지막 살아남은 프랑스인 로베르 신부를 구하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배교하고 목숨을 건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새남터의 망나니가 되어 같은 천주교 신자의 목을 쳐야 하는 삶을 산다.
「새남터」는 이 주인공의 일생을 통해 삶의 배신 앞에서 ‘믿음’이 지닌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묻는 역사소설이다. 글의 행간마다 사랑과 우정, 삶의 배신과 인생의 무상 앞에서 신에 대한 믿음과 영혼의 숭고함이 묻어난다. 한 편의 영화처럼 장엄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갈등 구조 또한 책장을 넘기는 손에 힘을 실어준다.
저자 이무영씨는 영화감독이자 각본가, 방송인이다. ‘공동경비구역 JSA’, ‘소년, 천국에 가다’ 등의 영화 각본을 쓰며 이야기꾼으로도 그 역량을 인정받아 왔다. 특히 그는 개신교 목사로서 종교와 신념,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해왔다. 우연히 찾아간 절두산 성지에서 천주교 박해사에 대해 듣고 이번 소설을 기획했다고.
「새남터」는 이 감독의 첫 장편소설이다. 영화 연출과 각본 작업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던 독특한 상상력은 역사적 내용을 보다 흥미진진하면서도 감동적으로 엮는 바탕이 됐다. 인간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신념에 대한 갈등, 사랑과 우정에 대한 섬세한 심리묘사도 돋보인다.
「새남터」는 묵직한 주제와는 달리 의외로 쉽고 빠르게 읽히는 책이기도 하다. 소설보다는 영화적 줄거리를 먼저 세우고 싶어한 이 감독의 의도가 다분히 섞인 덕분이다. 책 한 권이 마치 영화 한 편과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소설 「새남터」는 영화로도 제작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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