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당신이 힘 안 들텐데. 다 편안해질 거다.”
공책을 펼치면 삐뚤빼뚤한 힘없는 글씨가 눈물처럼 흘러내린다. 조선족 신동수(39·예비신자)씨. 그는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뇌의 지주막하 출혈로 인해 잃어버린 언어능력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씨의 치료가 더딜 수밖에 없는 것은 그가 수액 등 기초적인 모든 치료도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돈’이다. 여러 번에 걸친 수술은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부인 이명화(39·예비신자)씨가 어려운 형편의 형제들에게 1300만 원을 빌려 갚아갔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여름이 시작되던 6월, 일터에서 돌아온 후 신씨는 쓰러졌다. 경기악화로 다니던 알루미늄공장의 월급이 80만 원으로 줄어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중국 길림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을 아이들의 학비를 보내지 못한다는 생각에 극심한 스트레스가 겹쳤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건강을 잃어가던 신씨가 쓰러진 것은 당연지사였지만, 일터에서 돌아와 쓰러진 그에게 어떠한 산재보상도 없었다. 절망의 그림자는 부인 이명화씨에게로 이어졌다.
남편은 2008년, 부인은 2009년 한국에 들어와 서로를 의지하고 산 부부였다. 시부모의 병환으로 가세가 기울자 중국에서 농사짓고 살던 것을 그만두고 한국에 왔다. 모텔청소부터 용역, 식품공장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부부의 소박한 꿈은 중국에서 자라고 있을 14살 딸과 4살 아들에게로 이어졌다.
하지만 남편이 쓰러지자 이씨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간병을 하며 남편 곁을 지키고 있다. 밀린 병원비는 물론 동생들에게 갚아야 할 돈과 집세 등을 생각하면 부부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동생이 형부가 저렇게 누워있으니 자기라도 벌어야 한다고 식당일을 나섰어요. 마음 같아서야 몸이 쪼개지도록 벌고 또 벌고 싶지만, 간병을 해줄 사람이 없으니 어떻게 하나요. 친척들은 아예 전화도 받지 않아요.”
남편은 ‘돈’ 때문에 ‘희망’을 놓으려 한다. 머리맡에 놓인 아이들 사진을 보며 눈물짓는다. 특히 아들은 한국에 오느라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금쪽같은 자식이다.
“돈은 건강하면 벌 수 있지만, 사람 생명은 한 번 태어나기 힘들잖아요. 가정형편이 곤란해서 한 번도 편안히 살아보지 못하다가 저렇게 되니 불쌍해요.”
아내는 남편이 불쌍하다고 했다. 손을 붙들자 더 강하게 아내의 손을 잡는 신씨. 아내도 울고 남편도 울었다. 중국에서 17년간 신앙을 지켜왔다는 친정엄마의 기도대로, 부부의 머리맡에는 가족사진과 영원한 도움의 성모, 자비의 예수님이 놓여있다.
※도움 주실 분 702-04-107881 우리은행, 703-01-360446 농협,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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