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의 조각가가 자신이 걸어온 신앙과 예술 그리고 삶의 여정을 조각이 아닌 글로 표현했다. 원로 조각가 최종태(요셉) 서울대 명예교수의 「산다는 것 그린다는 것」(바오로딸/276쪽/8500원)이 그것이다.
최 교수는 자신의 일생은 종교와 예술,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탐색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그러던 중 쉰 살이 되던 해에 “그림이란 모르는 것이다”라는 답을 얻었다. 이후 30년을 더 살아가면서 탐색의 일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종교와 예술이 한군데로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책머리에 밝힌 이 글은 그가 살아온 삶을 한마디로 정리한 듯 보인다. 그의 손끝에서 완성된 작품들이 우리네 보기에는 예술이고, 신앙이다.
▲내 인생의 고비 ▲산다는 것 그린다는 것 ▲빛을 찾아 등 세 주제로 구성된 책에서는 인생 선배이자 예술가, 신앙인의 모습을 통해 삶을 배울 수 있다. 작가는 한눈 팔지 않고 한 우물을 파고 살아왔지만 결코 녹록지 않음을 알려준다.
“나는 아직도 조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무척이나 재미나는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어지러운 것을 능력껏 가라앉히고 얽힌 것을 한 가닥씩 풀어나가는 재미, 혼돈에서 질서로 수없이 되풀이하는 것, 그래서 한 치라도 더 질서 쪽으로 접근하려는 의지, 가도 가도 끝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갈 데까지 가보는 수밖에 없는 것이 내 숙명이 아닐까싶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노(老)조각가의 허심탄회한 신앙 이야기 때문이다. “나는 그분 안에 있고 그분은 내 안에 있다”고 말하는 작가는 책을 통해서 가톨릭신자가 된 이유, ‘요셉’이라는 세례명을 갖게 된 추억 등을 되살렸다.
또한 고 김수환 추기경, 장익 주교와의 인연을 비롯 법정 스님과 쌓은 우정도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성미술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마리아를 닮은 관음상과 많은 성상에 담긴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다.
“나는 한국적 형상, 조상의 맥을 잇는 일을 하리라고, 이를 평생의 업으로 삼으리라 결심한 바 있다. 서양 문물이 쓰나미처럼 우리나라를 휩쓰는 판국에 그냥 앉아 당할 수만은 없었다. 잃어버린 조상의 얼을 찾고 싶었다. 잘했건 잘못했건 그것이 나의 몫이었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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