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물질이 세상을 통제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물질에 온 마음을 쏟지 않으면 더욱 건강할 텐데.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명목으로 돈을 써대고, 그 돈을 벌기 위해 되레 건강을 해치며 일하는 아이러니한 삶이다.
“어디까지 채우면 행복해질까.”
공동체운동가 박기호 신부, 민들레국수집 운영자 서영남(베드로)씨를 비롯해 환경운동가 지율 스님, 진보운동가 이남곡 선생, 시골교회 임락경 목사, 요가수행자 칫다다씨가 응답했다. 이들은 지난해 ‘생명평화결사’가 마련한 대중강연에서 ‘우리 시대 무소유를 묻는다’라는 주제에 대해 각각 발표한 바 있다. ‘채워도 채워도 허기진 현대인을 위한 여섯 현자의 메시지’라는 부제가 더욱 눈길을 끄는 「비워야 산다」(360쪽/1만5000원/휴)는 이들이 비움과 무소유에 대해 밝힌 지혜를 한데 엮은 책이다.
(사)생명평화마을 촌장 황대권(대철 베드로)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들은 “보통 사람의 처지에서 보면 듣기는 좋은데, 현실에서 실천하기에는 너무도 힘든 삶을 천연덕스럽게 살아내고 있는 여섯 현자”다. 이 현자들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무소유라는 것이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우선 깨달을 수 있다. 사람은 아무것도 없이는 살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바로 물질의 분배다.
박기호 신부는 “열심히 교회에 다녔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나눔도 열심히 실천했다면 훌륭한 신앙생활을 한 것이 틀림없지만, 소비문화의 노예로 살아가고 생태계를 파손하며 살아갔다면 그 종말의 결산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라고 되묻는다. 열심히 산 것은 인정하지만 엉뚱한 목적지에 도착한 여객선이라는 말이다.
서영남씨는 무소유가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고 강조한다. 서씨는 나를 위해 쓰고자 하면 수백억 원으로도 모자라고, 남을 위해 쓰고자 하면 국수집 자본금 300만원으로도 어마어마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각 강연자들이 풀어낸 삶의 지혜와 사랑에 대해 황대권씨가 묻고, 각자 응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더욱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솔직담백한 질문과 응답을 통해 각 강연자들의 깊이 있는 의식뿐 아니라 삶의 이모저모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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