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박해로 많은 천주교인들에게 피를 흘리도록 하였던 기해교난(己亥敎難)의 해가 저물어 가던 12월 5일(陽ㆍ1840년 1월 9일)에 형조(刑曹)의 옥에서는 두명의 여교우에 대한 교수형(絞首刑)이 있었는데、그들이 바로 과부인 김 데레사와 동정녀 이(李)아가타였다. 그중 성녀 김 데레사는 충청도 면천고을에 살면서 일찍부터 천주교에 입교한 집안 출신으로 1796년(正祖20)경에 태어났다. 그녀의 조부였던 김진후(金震厚)삐오는 1814년(純祖14)에 해미(海美)에서 순교하였으며、부친인 김한현(金漢鉉ㆍ冠名은 宗漢)안드레아도 1816년에 대구(大邱)에서 순교하였다. 또한 그녀는 최초의 조선인 신부였던 김대건(金大建)안드레아의 당고모(堂姑母)이기도 하였다.
박해로 인하여 집안이 이곳 저곳으로 피해 다녀야만 하였으므로 데레사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는 정확히 말할 수가 없다. 그녀도 이러한 집안 환경의 영향을 받아 어려서부터 성교의 진리를 배워 실천하였으며、그녀의 세속 이름이 나타나 있지 않는 이유도 집안에서 데레사라는 본명을 즐겨 불렀던 때문일 것이다.
성품이 순량하며 애주애인(愛主愛人)하는 표양이 뚜렷하여 수계함이 타당하였고、성장하면서는 수정(守貞)할 원의도 품게 되었다. 그러나 모친이 일찍 죽고 부친마저 박해자들의 눈을 피하여 생활해야만 하였으므로 그녀는 따로 외가에서 생활할 수 밖에 없었다.
열일곱 살에 이르렀을때 부친은 데레사를 손(孫)연욱 요셉이라는 교우에게 출가하도록 하였다. 출가한 후 그녀는 여러 자녀를 낳아 모두 하느님을 경외하도록 교육함으로써 집안을 모범적인 신자가정으로 만들었다. 그러던 중 1824년(純祖24)에 남편인 요셉이 체포되어 신앙을 증거하고 해미의 옥에서 순교한 후에는 더욱 아름다운 덕행을 갖추고 생활하였다. 정절을 지키어 모든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았음은 물론 가난으로 인하여 매일 당하는 고생으로 만족하지 않고 일주일에 세차례씩 대재(大齋)를 지키며 고행에 전심하였고、염경(念經)이나 묵상에도 열심이어서 항상 간절한 통회를 발하였다 한다. 그 후 서울로 올라온 데레사는 친척의 집에서 있다가 다시 시골에 있는 계모에게로 내려가 생활하였다.
당시 유방제(劉方濟)신부가 조선에 입국하게 되자 교우들은 신부의 처소를 보살필 사람을 구하게 되었는데、이때 데레사가 적임자로 지목되어 정정혜(丁情惠)엘리사벳과 함께 그 일을 맡았다.
그녀가 이 소임을 맡아서 드물게 보이는 겸손을 가지고 봉사하였으므로 유 신부와 다른 모든 사람들은 그녀의 양순함과 겸손함을 어디에서나 칭찬할 정도였다. 유 신부가 그 후 조선을 떠나고 앵베르(Imbert)주교가 입국하게 되자、그녀는 다시 주교의 처소를 보살피는 사람으로 선택되어 일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박해가 시작되어 각 처에서 교우들이 체포당하고 있었다. 위험이 닥쳐왔을 때에도 그녀는 도망하지 않고 있다가 7월 19일에 신자들과 함께 순순히 붙잡혀 오라로 결박을 당한채 압송되었다.
옥중에서 데레사는 나이가 어린 이 아가타를 만났다. 아가타는 이미 여러 달 전에 체포되어 고초를 당하고 있던 중이었다. 데레사는 여러 차례 고문을 당하고 갖가지 괴로움을 당하였지만、신자들을 고발 하거나 선교사들의 피난처를 말하지 않았으며、더우기 자신의 신앙심을 굽히는 말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린 아가타와 서로 권면하면서 도합 6회의 신문을 당하고 태장(笞杖)2백80대를 맞았다.
한편 조정에서는 각 처에서 일어나는 천재지변을 심상치 않은 일이라 여기고 이를 씻어버리기 위하여 체포된 천주교인들을 하루 빨리 처형한 다음 새로운 해를 맞으려고 하였다.
더우기 대신 조인영(趙寅永)은 공식적인 처형으로 이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천주교인들을 교살(絞殺)시키라는 명령을 내리게 되었다. 그 결과 데레사와 이 아가타가 그 첫 희생자로 예정되었다. 데레사는 6개월 동안을 옥에 있으면서 온갖 고초로 몸은 지쳐 있었다. 그러나 명령을 받은 형리들은 아무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녀를 옥에서 끌어내어 따로 마련한 방으로 데리고 갔다. 이리하여 마침내 데레사는 바라던 순교의 영광을 얻게 되었으니、이때가 1840년 1월 9일로 그녀의 나이는 44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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