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은 갈수록 커져야 하고 나는 갈수록 작아져야 합니다』지난 77년 한국의 수도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된 이래 7년4개월 동안 맡은바 중책을 완벽히 수행해온 경갑룡 주교(요셉ㆍ54). 수도교구의 전반적인 사목、행정、관리를 관장하면서 날로 비대해져가는 외형적인 성장 못지않게 내적인 성숙을 다져온 경 주교의 7년4개월은 갈수록 작아지고자한 자신의 좌우명을 그대로 대변해준 세월이었다.
지난 7월 12일、공석중인 대전교구장으로 전보 발령된 경갑룡 주교는 『대전교구장으로서 구체적인 사목방향을 내세우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전제하면서 『말보다는 구체적인 실천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추진해온 종래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화려한 구호대신에 내실을 선택해온 자신의 소신에 異常이 없음을 거듭 확인했다. 『나부터 먼저 인간적인 단점들을 보완해 나가면서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모두 하나가 되려는 마음으로 심기일전、공동체 의식을 다져 나간다면 하느님께서 분명히 함께하시어 슬기와 용기를 주실 것』이라고 역설하는 경 주교는 『마음만 있고 서로 통하면 특별한「구호」를 내걸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동안 교구장님이신 김 추기경님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막중한 대임을 대과없이 수행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추기경의 의중을 헤아리면서「보좌」의 직분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경 주교는『큰 어려움 없이 방대한 교구살림을 이끌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교구전체 구성원들의 사랑과 협력의 힘이 무엇보다 컸다』고 힘주어 말했다.
『교구장이란 기댈 곳 없이 모든 것을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하는 위치라는 점에서 인간적인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주님께서 함께해주실 것을 믿으면서 차분히 기도로 준비하려 합니다』
경 주교는 대전교구장 임명 이후 서울대교구에 쏟았던 애정 사랑의 마음을 대전으로 하루빨리 돌리게 해달라는 소박한 기도와 함께 대전교구에 관한한 모든 것、풀 한포기 조차 사랑할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다고.
결코 사목지표를 내걸지 않겠다고 말하는 경 주교지만 대전교구민의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모습에서 방대한 수도 교구를 발전적으로 이끌어온 무서운 저력과 함께 신임 대전교구장으로서의 의욕을 엿보게 했다.
사실 83년 말 현재 신자수 9만여 명을 육박하고 있는 대전교구는 1백3명의 성직자와 2백7명의 수도자를 확보하고 있는 등 전국 14개 교구중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는 큰밭. 따라서 좋은 여건에 무서운 추진력이 합쳐진다면 결과는 너무나 자명한 것이라고 주위는 한결같은 평을 내렸다.
70년대 들어 눈부신 성장세를 보여온 서울대교구의 사목적 비중이 중요시되고 보다나은 발전을 위해 보좌주교의 필요성이 절감되던 때 임명된 경 주교는 시기적절한때 탄생된 보좌주교답게 강력한 결단력과 뛰어난 행정력으로 무섭게 신장하는 서울대교구의 살림을 이끌어 오늘에 이르렀다.
외형적인 성장이 무서운 추세로 파급되어가는 과정에서 자칫「속이 허한」기형적 성장이 되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쏟아온 그의 소신은 비대함이 가져올 수 있는 불균형의 틀을 깨고 서울대교구를 탄탄한 기반 위에 올려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밖으로 소리 내어 일하는 것을 싫어하긴 했지만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에 있어선 누가 뭐래도 과감히 밀고 나간 결단성이 오늘의 서울대교구가「속이 꽉찬」수도교구의 면모를 갖추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사실도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그의 숨은 공.
특히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 기념행사위원회 책임자로서 한국교회 사상 최대의 손님、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 실무를 맡았던 중책은 결코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해내는 그의 전력을 다시한번 입증해준 계기가 되었다.
『교황성하 방한 이후 적극적인 사목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는 불만의 소리가 여러 곳에서 들리는 것 같읍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 모두가 교황님의 말씀을 삶으로 살고자할 때、복음에 따라 자신이 변화하고자할 때 우리가 바라는 복음화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읍니다』따라서『2백주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본다는 경 주교는 외적인 2백주년이 아니라 내적인 2백주년이 우리의 사랑에서부터 시작되도록 함께 노력할 것을 요청했다.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 서울대교구는 보다 큰 사목ㆍ행정력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구장을 보필하는 보좌직무는 다각적인 차원에서 보완되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자신의 대전교구장 임명 이후의 서울대교구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바 없고 말할 입장이 못된다는 전제아래 조심스럽게 견해를 피력한 경 주교는 보좌역이 단수보다는 복수가 바람직하다고 전망하는 현재 교계의 일부 여론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기하기도 했다. 『큰집살림인 만큼 인간적인 어려움과 고통이 없었다면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라고 솔직히 고백하는 경갑룡 주교.
경 주교는 어려운 시기、믿음과 행동력으로 임한 자신의 각오를 새롭게 하면서 풍요한 사랑의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다. 대전교구의 사람이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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