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족 상진의 비극이 이 땅에서 빚어진지 34년.
포성이 잠든 지도 어언 31개성상이 지나도록 6.25는 이 민족의 가슴에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주었다. 허리 잘린 국토. 하나 되지 못한 민족의 슬픔과 더불어 침묵의 교회가 겪는 고통이 금년 6.25에는 더욱 뼈저린 벽안의 사제가 있다. 빠리 외방전교회 소속 구인덕 신부(75세·불란서人·셀레스뗑 꼬요스).
지난 6월 6일로 한국진출 반백년을 맞은 구 신부의 사제생활 중 북한공산치하에 억류됐던 33개월은 지울 수 없는 사실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50년 7월 16일『간단한 조사만 받으면 된다』는 출두명령에 따라 나섰던 구 신부는 교전 37개월 중 무려 33개월을 혹한의 땅에 발이 묶인 채 공산주의의 악랄함과 비인도적인 만행을 몸으로 겪어 낸 6ㆍ25의 산증인이다.
납치 후 감금돼 끊임없는 심문·비인간적인 대우로 고통을 받은 구 신부는 압록강변에서부터 중강진의 오지로 이어진「죽음의 행진」을 체험해야 했다. 혹한과 굶주림 속에 강행군했던 사람들은 죽음의 행진을 계속하는 동안 이전과 감기병 등의 질병으로 시달렸고 기력이 다해 대열에서 이탈할 경우 기관총 사격을 받았으며「인민병원」에 보내준다고 대열에서 제외시킨 환자들은 길가에 버려진 채 죽어가기도 했다고 당시의 참상을 구 신부는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구 신부를 비롯 빠리외방 전교회 사제ㆍ가르벨 샬트르 성바오로회 수녀 등 성진 수도자와 프랑스민간인으로 구성됐던 일행 17명은 함경북도「안동리」에 머물러 올 때 6명을 잃은 슬픔을 맛보아야 했다. 빈르모(우), 앙뜨완느와 줄리앙 공베르(공) 형제, 까다르(강), 뮐또(오) 신부와 베아트릭스 수녀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던 것이다.
3년에 걸친 추위ㆍ배고픔 혹독한 육신의 고통과 질병도 그리스도의 고통에 동참한다는 일념으로 이겨낸 순간순간 죽음을 맛보는 절박함 속에서도 열성적인 한국인 신자들의 뜨거운 신앙을 보고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중강진 인근에서 만났던 공소신자 1백50여 명은 신부들이 어둠속에 발하는 공동사죄경에 감격, 목숨도 아끼지 않은 채『신부님만세!』를 소리쳐 불렀기 때문이었다.
『그때 그들의 신앙이 얼마나 목말랐는지를 통감, 우리 모두 가슴이 아팠다』고 북한치하에서의 종교탄압을 설명한 구 신부는『바로 이들이야말로 한국의 새 순교자』라고 강조했다.
『지금 북한 신자들의 실정도 이와 같을 것』이라고 전제한 구 신부는 53년 5월「빠리」로 송환된 이후 이들을 위한 기도를 하루도 잊지 않고 있다.
『6.25의 아픔을 차츰 잊어가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고 밝히는 구 신부의 염원은 엄청난 시련을 같이한 이 땅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는 것.
34년 6월 부임후『한국인 사제가 되고 싶다』고 영원해온 구 신부는 안성ㆍ논산본당을 거쳐 사목활동을 펼치던 중 결핵에 걸려 14년 동안이나 고국에 머물러야 했었다. 사랑하는 한국에 되돌아 온지 3개월 만에 6ㆍ25의 고통을 맛본 구 신부는 전쟁의 슬픔과 공산치하에서 종교탄압의 고통을「나의 북한포로기」로 저술, 이 땅의 비극과 공산주의의 만행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이 책은 전쟁의 실상을 숨김없이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른 삶을 증거했다는 공로로 54년도 아카데미 프랑세즈(프랑스 한림원)상을 수상했다. 구 신부는 사제서품 반세기를 앞둔 지난해 8월「죽음의 집에서 아버지의 집으로」란 제목으로 이 책을 번역, 이 땅에서 조차 희미해가는 6ㆍ25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55년 재입국한 구 신부는 천안본당을 거쳐 안동ㆍ대구대교구 대리ㆍ안동교구 총대리 등을 역임, 6ㆍ25로 순교한 사람들이 뿌린 신앙의 씨앗을 거두는 일에 헌신해 왔다.
한편 한국순교복자수녀회(총장ㆍ황우경 수녀)는 지난 6월 6일 구 신부의 진출 50주년 기념식을 조촐하게 마련, 빠리외방전교회 동창신부 및 안동교구 두봉 주교 주한프랑스대사 부처 등과 함께 구 신부의 사제생활 반백년을 축하했다.
구 신부가 총대리를 역임한 안동교구는 9월 구 신부의 사제서품 및 한국진출 5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할 계획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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