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4. 순교선열의 정신을 본받음에 있어서, 가장앞서 본받아야 할 사람들은 우리들 사목자들입니다.
교회는 결코 사제들만의 교회가 아닙니다. 그러나 교회의 모든 생명과 활동은 사제들에게 크게 달려있습니다. 사제들이 깊은 신앙과 기도속에 살게 되면, 교우들이 자연히 이를 본받게 되고 온 교회가 참으로 성화됩니다.
우리 교회의 박해시대의 사제들은 바로 이런분들 이었습니다. 이분들은 진정 양들을 위해 당신 목숨을 바치신 착한 목자 그리스도를 닮아서, 생명과 삶 전체를 복음선교와 교우들 사목에 바쳤고 드디어 박해의 칼 아래 그리스도와 함께 수난의 길을 갔습니다.
대표적인 분은 말할것도 없이 우리의 조부이신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이십니다.
김신부님의 생애는 26세의 짧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하느님과 그리스도를 위하여, 교회와 이 겨레를 위하여 자신의 모든것을 남김없이 바친 사랑의 삶이었습니다.
우리는 김신부님의 짧지만 파란만장의 극적인 생애를 여기서 다 서술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짧은 생애는 사도 바오로께서 복음에 대한 열정과 교회에 대한 사랑으로 온갖 환난을 겪은 그 모습(Ⅱ꼬11ㆍ23-33)을 방불케합니다.
박해시대의 성직자들은 참으로 일편단심 주님을 사랑하였고, 교우들을 위해 목자로서 헌신했습니다. 그분들은 항상 그리스도의 죽음을 자신들의 몸안에 지니고 살았습니다.(Ⅱ꼬4ㆍ10)
오늘날 우리는 이분들을 거울삼아서 우리 자신의 삶을 깊이 반성하고 쇄신 해야겠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안에서 사제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급격한 신자수 증가와 예비자 폭주에, 각종 사도직 단체지도등에 대부분의 본당 사제들은 자신의 시간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과로하고 있습니다. 그밖의 사제들도 이중 삼중의 사목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기쁘게 봉사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특히 도시의 가난한 이들속에서, 또는 농촌의 빈곤속에서 사랑의 봉사를 다하고 있는 사제들, 노동계와 학생들을 위하여 봉사하는 사제들, 또는 군종사제 및 해외교포 사제들과 같이 특수분야에서 어려운 여건속에 일하고 있는 사제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노고에 감사합니다. 특히 파푸아뉴기니아 같이 산설고 물선 먼 나라에 가서 외방선교에 몸과 마음을 다 바치고 있는 사제들을 생각할때 그들의 노고에 대하여는 감사 이상의 각별한 애정을 아니 느낄수 없습니다. 그들은 실로 200년간 성장한 한국교회, 받는교회로부터 주는 교회로 전환하고자 하는 한국교회, 200주년에 세계를 향하여 자신의 마음을 열고자하는 우리교회의 상징이요 자랑입니다.
5.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 자신을 다시 돌이켜볼때 우리는 아직도 스스로 부족한 종임을 아니 느낄수 없읍니다.
우리의 마음이 순교선열들의 그 고귀한 정신으로 가득차있다 할 수 없고, 특히 김대건 신부님이 지니셨던 그 목자의 전적인 사랑을 우리는 감히 지녔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한 우리의 사랑의 부족과 배신, 복음선교라는 우리의 사명에 대한 불성실과 태만, 우리의 생활에 있어서의 복음정신의 결핍, 이 모든 것을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하겠습니다.
오늘의 교회가 이땅에 빛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들 사목자들이 진정 빛이신 그리스도와 일치되어야 합니다. 그분의 수난과 부활의 신비를 깊이 살아야 합니다. 사도 바오로께서『우리안에는 죽음이 설치고 당신들 손에는 생명이 약동합니다』(Ⅱ꼬4ㆍ12)라고 말할 수 있었듯이 우리 역시 사제로서 다른 모든이를 살리기위해 우리자신은 죽는길을 택하여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우리 사제들이 믿음의 인간, 사랑의 인간이 될 때에 교회는 참으로 이땅에 빛을 발할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의 사제에게 특별히 요청되는것은 복음적 청빈입니다. 이것은 곧 모든이를 위하여 자신을 비우는 것입니다. 순교선열들을 본받아 목숨까지도 바치는 것입니다. 또한 이길만이 우리로 하여금 세상의 구원을 위해 본시 하느님이시면서도 당신 자신을 완전히 비우시고 낮추신 그리스도, 십자가의 제물되신 그리스도를 닮게 합니다.
이는 주님과 교회, 곧 신자들을 향한 사랑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이런 사랑의 사람들이 되게끔 우리 마음에 하느님의 사랑을 부어주시는 성령(로마5ㆍ5)께 간절히 끊임없이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사제는 특히 가난한 이,약한 이, 병자, 억눌린이, 등 그리스도께서 당신과 일체화시키신(마태오25, 35절이하. 참조) 그런 보잘것 없는 사람들과 자신을 일체화 시킬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처럼 그들의 병고와 고통을 대신 질줄 알아야 합니다.
사제의 사제다움은 바로 이 대신함에 있습니다. 남의 죄까지도 대신 지고가는데 사제의 본질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남을 위해 대신 죽는데 사제의 삶이 있고, 그 완성이 있습니다. 이것이 대사제이신 그리스도께서 가신 사제의 길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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