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동안 심신을 괴롭혀온 당뇨병으로 장님에 가까울 정도로 시력이 약해지고 두 다리의 감각이 마비되는 등 자신의 몸이 지치고 병들었음에도 더욱 지치고 병든 이들을 돌보기에 헌신한 한국가톨릭결핵사업의 선구자 김동한 신부(까룰로)의 일생은 보잘것없는 사람에게 사랑의 손길을 내어줌으로써 하느님께 해드린다는 복음말씀을 실천한 삶이었고, 썩어 죽음으로써 보다 많은 낱알을 거두게 하는 한 알의 밀알의 삶이었다.
지난 8월 22일 지병이 악화돼 대구 가톨릭병원에 입원한 뒤 한 달 만인 9월 22일 서울 여의도 강남성모병원으로 옮긴 뒤 끝내 병고의 무거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9월 28일 오후 2시 선종한 김동한 신부는 이웃의 무관심속에 거리를 헤매거나 가진 것 없어 죽음만을 기다리는 불우결핵환자들을 위한 목자로서 여생을 바쳤다.
1919년 김천에서 태어난 김 신부는 1945년 유스띠노 신학교(대구신학교) 신학과를 마친 뒤 사제의 품에 올랐다.
부산 범일동ㆍ상주함창 진양문산ㆍ경산ㆍ화원등지에서 본당사목을 펴나간 김 신부는 6ㆍ25동란으로 군종사목이 시급하던 51년 해군 군종으로 임명돼 58년 중령으로 예편할 때까지 군종사목에도 힘을 기울였다.
또한 58년부터 63년까지 미국에 머물면서 교육철학 및 교육행정학을 연구하기도 했던 김 신부가 결핵환자를 돌보는 일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경산본당 재임시인 64년부터로 알려져 있다. 본당 내에 불우한 청년환자 20여 명이 병마와 싸우고 있음을 알고 돌보면서부터였다.
김 신부는 자신이 69년 11월부터 72년까지 마산국립결핵병원에서 결핵과 싸우면서 결핵환자들의 어려움과 신앙에의 갈증을 체험하고 결핵환자를 돌보는 일에 더욱 힘을 쏟았다고 주위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76년 운영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사회복지법인 춘광원 산하 대구결핵요양원의 운영을 맡음으로써 불우한 결핵환자들의 아버지로서의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시작한 김 신부는 요양원 운영난 타결과 보다 나은 환자들의 복지생활을 위해 어두운 시력을 밝히고 무거운 두 다리를 끌며 은인들을 찾아 전국을 누볐으며 때로는 무리하게 일본ㆍ미국등지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도 서슴치 않았다. 자신의 병고도 돌보지 않고 결핵환자들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김 신부의 뜻에 힘을 보태고자 77년 5월 한국부인회 및 국제부인회 대구지부 회원 10명이 모여 대구결핵요양원 후원회인 「밀알회」를 결성. 현재는 1만4천7백여 명의 해외 및 국내회원들이 보내오는 회비가 월 1천여만 원에 달하는 대형(?) 후원회로 성장했다. 결핵환자들이 완치돼도 이들의 사회복귀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점을 감안. 고령에 음성 환자들을 위한「사랑의 집」건립에 전력을 기울여온 김 신부는 당뇨병의 악화로 입원중이어서 9월 5일에 있었던 기공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주위사람들은 김 신부가 생전에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온 사업의 결실을 보지 못하고 우리의 곁을 떠난 것을 못내 안타까와했다.
한편 대구 결핵요양원내 90여 환자들은 9월 30일 오전 8시30분 요양원 내 마당에서 김 신부의 고별미사를 봉헌하고 평소에 자녀들을 돌보듯 사랑을 아끼지 않았던 가신 이를 기리며 오열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30일 오전 10시 대구대교구 남산동성당에서 거행된 장례미사에서 45년에 같이 서품된 강찬형 신부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에게 언제나 어디서나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사람』이라고 고인을 회고하면서『병으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사랑 나눔을 호소하기 위해 은인들의 도움을 받고자 전국을 누볐던 자네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하고 생전의 김 신부의 성품을 설명,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이날 미사는 서정길 대주교와 이문희 주교 이동호 아빠스, 그리고 이기수ㆍ이명우ㆍ전석재 몬시뇰과 교구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봉헌됐는데 두봉 주교(안동교구장)도 자리를 함께해 고인이 하느님나라에서 영생을 누릴 것을 기원했다.
미사가 집전된 남산동 성당은 김 신부를 추모하려는 많은 신자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미처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은 성당주위에 모여 김 신부의 헌신적 사랑을 다시금 되새겼다.
김 신부의 유해는 애도 속에 남산동 성직자묘소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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