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갑작스런 죽음 앞에 흐느낌도 곡(哭)이 되지 못했다. 29세의 젊디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이치열 신부를 떠나보내는 영결 미사는 초여름의 무더움도 잊은 신자들의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 지난 6월 3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서울대교구 소속의 육군 군종신부인 이치열 신부(안또니오) 장례미사는 이 신부의 부친 이봉춘씨, 모친 김숙희 여사와 가족ㆍ친지를 비롯 1천5백여 명이 참석, 고인의 짧은 인생을 아파하고 영복을 기원했다.
이날 이신부의 장례미사는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 군종단 총재 김남수 주교 이 신부의 동창 신부 서울대교구 사제단 육해공군 군종 신부 등 1백여 명의 사제단이 공동 집전했다.
이 신부의 장례미사를 주례한 김수환 추기경은 미사 중 강론을 통해『우리 앞에 누워 있는 이 신부는 이제 겨우 29세의 젊은 나이에 우리와 이렇게 유명을 달리했다』고 안타까워하고『사람은 어떻게든 죽기 마련이며 언젠가는 죽을 운명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하느님의 생명만이 영원한 생명임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따라서『이 신부는 어차피 가야 할 영원한 생명에도 우리 모두보다 조금 앞서 갔을 뿐』이라고 말한 김 추기경은 그러나『우리는 내세를 볼 수 없기 때문에 현세의 생명에 애착을 지니고 죽음 앞에 아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추기경은 이 신부의 죽음이 갑작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충격적이긴 하지만『이 신부는 확실히 참 사제로 살다가 사제로 죽은 뿐이었다.』고 회고하고『충격과 슬픔을 가누기 힘든 이 신부의 부모와 형제들에게 참으로 인간적인 위로와 기도를 드리며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장례미사에 이어 군종단 총재 김남수 주교 주례의 고별식에 앞서 고인 의서품 동창인 수원교구 죽산 본당 주임 최재필 신부는 조사를 통해『우리 동창들에게 언제나 희망과 용기를 보여 주었던 네가 이제 아주 조용히 아무 말 없이 우리에게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고 애도하고『너의 짧은 삶과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한 우리 모두의 아픔이 하느님의 영광이 되길 바랄뿐』이라고 기원했다.
고별식을 마치고 이 신부의 유해는 해군군종 지경준 신부가 대형 십자가를 공군 군종 김영국 신부가 영정을 든 가운데 육군 군종 김구희 신부 최창덕 신부, 이석재 신부 오무수 신부 남국현 신부 전태준 신부 황주철 신부 황용식 신부 등 8명의 동료 군종신부에 의해 영구차로 운구됐다.
이 신부의 유해는 영구차에 오르기 전 육군 1사단 군악병의 조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가족 친지들의 흐느낌과 참석자들로부터 거수경례와 묵념을 받고 작별, 용산 서울대교구 성직자 묘소에 유택을 마련했다.
1954년 1월 17일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8남매 중 넷째로 출생한 이 신부는 소신학교를 거쳐 가톨릭대학 신학부를 졸업, 79년 3월 6일 사제로 서품됐다.
사제 서품 후 3월 21일 서울 천호동본당 보좌신부로 1년간 본당 사목 경험을 쌓은 이 신부는 재학 중 군종 후보생으로 등록했기 때문에 80년 3월 군에 입대, 군종 신부로 활동해 왔다.
지난 6월 1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선종한 이 신부는 오는 8월말 군에서 제대하게 되어 있어 더욱 안타까움을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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