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는 십자가를 쥘 힘조차 없는 상태에서 애써 움켜쥐고 혀는 말려 말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기도를 드린다.
『지구를 평화로이 이끌어 주세요. 우주를 평화로이 이끌어 주세요.』
최근 대구 파티마병원 주위에서는 40여 일간 병마와 싸우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기도를 드리며 어른들에게 모범을 보여줬던 한 어린이의 얘기가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창 뛰어놀 개구쟁이 나이인 11세에 주님 품에 안긴 이인환(안또니오ㆍ동도국교 4년ㆍ 사진)군의 죽음은 어느 일반인의 죽음과는 같지 않기에 많은 이들의 가슴에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나이에 비해 의젓하고 총명했던 인환 군이 파티마 병원에 입원한 것은 지난 2월 28일. 진찰 결과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 후 인환 군이 4월 7일 주님 곁으로 가기까지의 40여 일간 병상 생활은 거의 먹지 못 하는 상태에서 구토ㆍ설사와 40도의 고열에 시달리기도 하고 호흡곤란에 입안이 헐고 혀가 말리는 가하면 혈관을 찾지 못해 무려 4시간씩이나 바늘로 팔과 다리를 찔리는 등 어린아이가 겪기에는 너무나 애처롭고 고통스러운 생활이었다. 그러나『아프다.』는 말 한마디 없이 잘 참아 내는 모습은 주위 입원한 어른 환자들을 엄살 부리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다.
물 넘기기조차 힘든 상태에서도 매일 성체를 영하고 엄마가 읽어 주는 성경을 들으면서 인환군은 아픔을 참으며, 빨리 나을 수 있도록 기도했다.
4월 6일 밤12시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말에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철야 기도를 하고 있을 때 혼수상태에 있던 인환 군이 자정부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쳤으나 귀를 기울이니 발음은 독똑하지 않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기도하고 있는것이었다.
『평화롭게 해준다. 믿어라…우주를 평화롭게 해주세요…감사 합니다』인환이는 분명 치 않은 말로 기도하면서 또『환이를 빨리 낫게 해주세요. 』라는 수녀의 기도를 『하느님 뜻대로 되게 해주세요.』라고 정정시켜 주면서 주기도문을 힘이 없고 너무 아파 괴로와 하면서도 끝까지 따라 하는 믿음을 보여줬다.
『십자가의 수난과 부활을 믿어라. 나는 예수님과 같이 고통 받았고 부활한다.』 는 마지막 기도 후 인환이는 한동안 고통 속에서 십자가를 움켜쥐고 온힘을 다해 하늘 을 향해 손을 모으고 무언가 중얼거리다 가슴에 손을 얹고 기도하면서 새벽5시경 평화로운 모습으로 눈을 감았다.
인환 군의 40일간 입원 중 기도가 끊이지 않았으며 시성 시복을 위해 김대건 신부 유해를 모셔 놓고 기도하기도 했고 또 여러 환시가 나타나 기도해 꼭 살아난다고 확선했던 가족과 친지들은 인환이의 죽음을 한동안 믿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으나 인환이의 마지막 기도가『하느님이 어린양을 이 세상 평화의 도구로 봉헌하면서 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 준 것 같다.』며 평화를 위한 기도에 힘을 쏟고 있다.
한편 인환 군의 부모인 성악가 이근화 씨와 김화자 씨는『아직 다 자라지 못한 채 주님 품에 돌려 드려 주님께 죄송하다.』며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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