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한국 가톨릭 나사업가 연합회에서 마련한 제1회 다미안 신부상을 김장주 수녀님과 함께 타게 된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이 상이 저 개인에게 주어진다기보다는 7년 전 동경에서 발족한「성 라자로 마을 후원회」3백50여명의 회원 전원에게 주시는 것으로 여기며 저는 다만 그분들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나왔을 뿐입니다.
신앙에 의해 맺어진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세상은 고통과 함께 함을 잘 알고 있고, 또 그 고통이 우리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주님께서 부여해 주신 선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주님은 이같이 고통스러울 때 일수록 우리들에게 사랑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저희들 회원인 일본사람들이 어떠한 사람들인지 좀 소개해 드림으로써 일본사람들의 마음을 전할까 합니다.
저희 성 라자로 마을 후원회는 이곳 라자로 마을에 상주하는 간호원의 비용을 대는 일과 난방비를 모으는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일을 하면서 비용을 부담해 주시는 분들의 생활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기금을 내어 주신 분들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대개 일본사람들은 모두 부자인 듯이 생각하지만 회원들이나 기부해 주신 분들 중 90%는 돈이 많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들은 옛날에 일본이 한국에게 잘못한 일이 있었음을 사죄하는 뜻에서, 또는 한국사 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나 아름다운 추억, 자신의 행복을 나누고 싶은 마음, 혹은 자신이 고통과 슬픔 가운데 있으나 더 고통스러운 이들에게 힘을 빌려드리려는 뜻으로 힘을 모아주신 것입니다.
결코 많지 않은 연금의 일부를 모아 보내신 노부인, 위스키병에 든 잔돈을 두고 간 청년, 25만 엔 (한화 약75만원) 을 익명으로 보내기 위해 보통우편으로 송금 해주신 분, 자신은 눈이 먼 사람으로 백내장 등으로 시력 장애에 시달리다 위험한 수술 끝에 볼 수 있게 된 것을 축복하면서 후원 사업을 위해 10만엔을 보내 주신 분, 아이들 세뱃돈을 라자로 마을에 보내도록 한 어떤 치과의사, 약혼 기념일의 병원 수입금을 매년 보내기로 해준 젊은 의사 부부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이야기들이 숨어 있었습니다.
일본의 추운 북쪽에서 결핵으로 입원 중인 근로자 청년은 매달 천엔씩 보내 주었고, 한 1년쯤 뒤엔 완쾌해 취직했다면서 첫 월급에서 1만엔을 보내주었습니다. 그에게는 불안에 찬 투병 생활 중에서도 이웃과 나눌 수 있다는 위로에 힘을 얻었던 것입니다.
저희들 일본사람들은 돈을 내게 해주신 데 대해 기쁨을 부여받고 있으므로 라자로 마을에 감사드리는 것입니다. 혼자 사는 노파에게도, 불치병을 선고받은 아들을 가진 부모에게도, 가톨릭 학교의 어린 학생들에게도 기쁜 삶의 목표를 부여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중심성 각막염과 백내장으로 오랜 동안 반 맹인이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강도 근시여서 백내장 수술도 어려웠습니다만 수술 후 시력도 그다지 희망적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라자로 마을 여러분들의 기도 덕분에 저의 수술은 성공했고 0ㆍ02이하였던 시력이 가벼운 원시를 보완하면 두 눈 모두 1.5가 됐습니다. 집도한 대학병원 통계로 는 8만 명에 한 명 꼴로 일어나는 기적이었습니다.
주님의 은총을 받고 있는 자녀인 환자님들의 기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19일 83세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으신 저의 어머니 생신날 라자로 마을 환자분들께 고기 잡수시라고 작은 돈을 보내드려 왔는데 라자로 마을에서는 이날을 어머님의 이름을 따 「기와의 날」로 정해주셨습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역사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만 서로 손잡고 동행해야 할 귀한 이웃임을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해방 후에 성장했거나 태어나고 있습니다.
라자로 마을은 어쩌다 일본사람들이 도와드리는 편에 서게 되었으나 저희들 일본 사람이 어려울 때는 여러분들이 도와주시기를 저는 바로고 있습니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쳐주신 예수님의 살랑의 계명은 라자로 마을에 있어서는 조그마한 방해도 없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주님께서 저희에게 더 필요한 힘을 부여해 주시길 빌며 새삼 한국의 친우 여러분들께 저희에게 베풀어주신 호의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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