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호흡기에 의지해야 했던 시한부 인생은 끝났으나 生의 마지막 사랑 실천을 위해 자신의 두 눈을 하느님께 봉헌한 한 중년 부인의 숭고한 사랑의 불길은 계속 타올랐다. 비록 썩어 없어질 육신이나 그 일부를 남에게 떼어 줌으로써 빛을 잃고 살아가던 실명자에게 빛을 던져 준 대구 범어동본당 유선종(마리아ㆍ36才) 씨의 사랑과 용기는 십자가상의 죽음으로 이 세상을 밝힌 그리스도의 참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기관지 확장 등 합병증으로 40여 일간 중환자실에서의 투병 끝에 지난 1월 16일 퇴원, 단칸 셋방에서 산소 호흡기를 꽃은 채 마지막「그날」만을 기다리던 유 마리아씨가 자신의 두 눈을 하느님께 바치기로 결심한 것은 TV를 통해 안구은행에서 눈을 기증받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길 전해 들었을 때부터이다.
어릴 때부터 홍역 기침을 심하게 한 후 기관지ㆍ폐 등이 좋지 않아 그동안 줄곧 병마에 시달려 왔던 유 마리아씨의 이같은 고귀한 뜻은 친정어머니에 의해 가톨릭 병원에 전해졌다.
이에 가톨릭 병원 측에서는 부군과 친정 식구 등 가족의 동의를 받아 언제라도 각막 이식 수술을 할 수 있는 제반의 준비를 갖추고 각막 이식을 받을 대상자를 선정했다.
매일 묵주기도와 성서 봉독으로 마지막 날을 준비하던 유 마리아씨의 병세가 악화돼 가톨릭 병원 중 환자실에 입원하게 된 것이 3월 22일.
그 다음날인 23일 입원 중인 최병선 신부로부터 병자성사를 받은 유 마리아씨는 소속 본당인 범어동을 비롯 소화ㆍ대봉동 본당 레지오 단원들의 기도와 협조로 임종을 준비했다.
그러던 중 25일 오후 1시15분 유 마리아씨가 숨을 거두자 고인의 유언에 따라 가톨릭 병원 안과팀은 오후 5시 두 명의 실명자에게 각막을 이식하는 6시간의 수술에 들어갔다.
병원 측은 유 마리아씨의 헌신적 사랑으로 각막 이식 수술을 받은 손계진(29歲) 최용태(31歲)씨 등 두 명의 수술 경과가 매우 양호하다고 밝히면서 거부 반응이 없으면 한 달 후에는 완전히 시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유 마리아씨의 유해는 27일 9시 병원 성당에서의 미사 후 간단한 영결식을 갖고 사도 예절을 위해 범어동 성당으로 옮겨진 후 범물동 묘지에 묻혔다.
범어동본당「근심하는 자의 위로자」쁘레시디움 단원으로 교회 내 활동에도 열심 했던 유 마리아씨는 어릴 때 대세를 받은 것이 인연이 돼 가톨릭에 입교, 그후 친정식구들과 남편 그리고 딸을 영세시켰다.
처음부터 유 마리아씨의 임종을 지켜봤던 가톨릭 병원 원목실 강 아눈치아따 수녀는「눈을 받는 사람이 비신자라면 꼭 신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고인의 뜻이 그대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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