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는 부모님이, 그러나 하느님 자녀로서는 부모님보다는 헐벗고 고통에 시달리는 불우한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것이 더욱 소중하다는 한 사회 초년생의 겨룩한 뜻이 사람들의 가슴에 뜨거운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구대교구 종합 복지시설인 희망원(월장ㆍ조정헌 신부) 관계자들은 지난 3월 31일 대명동본당이 내의와 함께 전달한 성금 봉투를 전해 받고 놀라움에 한동안 말을 잊었다.
희망원이 교구에 위탁된 지 4년이 지나는 동안 각계 각지에서 크고 작은 사랑의 손길들이 쉬임없이 찾아왔지만, 이 봉투를 받아 든 순간 희망원 관계자들은 보내 준 이의 사랑 나눔에 감격이 앞섰던 것.
그것은 그 성금 봉투가 바로 어떤 햇병아리(?) 선생님의 첫 월급 봉투였기 때문이다.
봉투 걸면에 적힌 수령액에서 1원짜리 동전 하나 손대지 않고 봉투째 고스란히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내놓은 화제의 주인공은 김천 성의중학교 과학 교사인 윤 키오니아(23)양.
윤 양의 첫 월급 봉투는 이날 희망원을 방문한 대명동본당(주임ㆍ정학근 신부) 인성회 회장 조규동씨와 제 대회 회장 안 안젤라씨에의해 전달됐는데, 이들은 본당 내 신자들이 사순절 기간 동안 모은 남자용 내의를 전하기 위해 희망원을 찾으면서 이 놀라운 선물도 함께 전했던 것이다.
대명동본당 사무장인 윤종현씨의 무남독녀 외동딸인 윤 키오니아양은 지난 2월 효성여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3월초 대구대교구 산하 학교인 성의중학에 임용된 사회 초년생.
중학교 남학생들에게 과학 지식을 심어 주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윤양은 3월 17일 첫 월급을 받은 뒤 26일 대구의 부모님들께 전할 때까지 곱게 간직하고 있었다.
직장인 김천에 있어서 현재 부모들과 떨어져 지내고 있는 윤양은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선산의 의가를 찾은 어머니 金 까타리나씨에게 월급봉투를 전하며「부모님들이 필요하신 것은 사시고 남은 돈은 희망원에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아내로부터 딸의 첫 월급봉투를 받아 든 윤 씨는 윤양이 첫 월급을 고스란히 희망원에 보내자니 부모님들께 미안한 생각이 들어 이같이 말했을 것으로 판단, 봉투째 희망원에 전달키로 하고 윤 양과 상의, 사랑의 첫 월급봉투는 고스란히 불우이웃에게 전달됐다.
첫 월급을 타면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자리기까지 키워 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뜻으로 내의 등을 선물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장학금으로 학업을 계속해 대학을 졸업한 윤 양으로서는 보이지 않게 돌보아 주신 사람들과 교구 산하 학교에 봉직하게 된 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첫 월급을 보이는 가까운 이웃, 그러면서도 불우한 이웃에게 몰리려고 결심했던 것인데 윤 양의 갸륵한 마음씨가 부녀 지간에 그리고 하느님 자녀로서의 사랑 안에서 일치를 이뤘던 것이다.
첫 월급을 아낌없이 선뜻 내어놓은 딸의 행동을「생각지도 못했던 대견한 일」로 받아들인 윤씨는 이 월급봉투를 본당 주임 정학근 신부에게 전달해 주도록 당부함으로써 딸의 뜻이 남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 신부는 부활 판공 및 성목요일 행사로 희망원을 방문하지 못해 조회장과 안 회장편에 이 봉투를 희망원에 전달했다.
한편 사랑의 성금을 전달받은 희망원 측은 부활 대축일을 맞아 원생들에게 고깃국을 끓여 주는데 쓰겠노라고 전해 왔고 아버지 윤씨와 키오니아양은 좋은 생일 선물이 됐다면 희망원 측에 감사했다.
부활 대축일인 지난 3일은 바로 윤 양의 23회째 생일이자 영명축일이어서 윤 양은 자신의 작은 결단이 불러 일으킨 사랑과 일치의 경험에다가 일생 동안 잊혀지지 않을 사랑이 가득한 생일잔치 상을 받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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