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초개처럼 버려 신앙을 증거한 장한 선조의 뒤를 흔쾌히 따르려는 자랑스런 후예가 있어 2백주년을 목전에 둔 한국 교회에 가슴 벅찬 감격과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구대교구 칠곡본당 신자 李鐘林(스테파노·43세) 씨로 그는 자신이 피땀 흘려 이룩한 대구 직할시 북구 태전동 61의1번지 소재의 땅 약 5천 평을 성당 건립 부지로 기꺼이 교회에 헌납한 것이다. 그의 모범은 2백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16개의 새 성당을 건립하려는 대구대교구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더 해주고 있을 뿐 아니라 교구 외 기념사업을 촉진하는 견인차로서, 또한 1백년 대구 교회의 저력을 재 입증하는 기폭제로서 2백주년 대역사(大役事)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그가 지난 1월 26일 대구대교구청에서 교구장 서정길 대주교와 총 대리 이문희 주교 칠곡본당 주임 손상오 신부와 평협 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교구에 헌납한 부지는 정확히 4천8백90평. 위치는 현재의 태전동 공단 지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칠곡본당과는 약 3km거리이며 자연경관이 뛰어나 성당 터로서는 쾌적한 장소로 평가되고 있다.
이 땅은 당장에라도 성당을 건립할 수 있는 7~8백 평의 전지(田地)와 야산으로 형성돼 있는데 전지 외 경우 현재 평당 15만 원선에 거례되고 있다는 것.
애당초 그는 성당을 건립할 대지 7~8백 평만 헌납할까 생각했지만 성당이 세워진 후 나머지 땅이 타인에게 넘겨졌을 경우 성역(聖域)이 손상될 것까지 우려해 인근 지역 일대를 모두 바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가 자신의 신체 일부를 떼어 바치는 이 처럼 소중한 봉헌을 작정하게 된 것은 지난해 말 교구 전역에 2백주년의 고동이 울려 퍼지면서 칠곡본당 자체로 성당 건립 부지를 마련하라는 교구의 방침이 시달되면서 부터였다.
80년 4월부로 대구시가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본당이 직할시에 편입되긴 했으나 재정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는데다 새 성당 건립 부지 마련은 새 성당 건립 부지 마련은 본당 신자들 가슴마다에 충격파를 던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20여 년간의 배고픔과 헐벗음을 참아 가며 마련해 둔 자신의 분신(分身)과도 같은 땅을 교회에 바치기로 혼자 결심하고 가족회의를 열어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우리의 순교 선열들은 하나밖에 없는 목숨까지 아낌없이 바쳐 고귀한 신앙을 유산으로 물려주었으며 다른 신자들은 아들·딸을 성직자와 수도자로 교회에 바쳐 하느님의 사업에 동참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고 서두를 꺼낸 그는 자신의 결심을 가족들에게 털어 놓았다.
그 결과 부인 박 소피아씨와 3남1녀의 대답은 한결같이 남편과 아버지의 결심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것이었다. 바로 그 길로 본당 주임 손상오 신부에게로 달려가 자신이 바치려는 땅이 성당 부지로 적합한가를 평가해 주도록 요청했다.
그는 얼마 후 『그 땅이 성당 부지로서 쾌적하다는 교구 당국의 감정 결과를 본당 신부님으로부터 전해 듣고 얼마나 감개무량해 했는지 모른다.』고 술회했다.
원래 이 따은 그가 앞으로 불우한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건립할 계획으로 살림 속에서도 한푼 두푼 모아 지난 1975년에 매입해 둔 것이었다.
고향이 경북 청송인 그는 고교 시절부터 한방(漢方)의 대가인 김재성씨(암브로시오) 수하에서 한방을 배우며 어렵게 고학하던 시절에 스승의 인품과 산앙에 감화를 받아 고3때 영세했다.
이때부터 온갖 어려움과 고초를 인내로 극복하면서 오늘날 한약 조제 제중원(濟衆院)과 식품 제조 업체인 「와룡식품」을 운영하기까지 자수성가한 그는 힘겨운 자신의 생활 가운데서도 그동안 10년이나 칠곡군 내 5개 국교생 7명에게 중학교 입학금을 주어 오고 있는 숨은 사랑의 실천자이기도 하다.
늘 자신이 어려운 환경에서 힘겹게 공부했기에 『장학금을 받아 공부하는 불우한 학생들에 안심하고 숙식할 수 있는 기숙사를 건립할 계획은 항상 간직하고 있다.』고 말한 그는 『언젠가 그 땅에 성당이 세워지고 나면 조금 남은 땅에 기숙사를 지을 예정』이라고 한다.
어느 누구의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마음에 꼭 맞아 『아침에는 희망과 계획을, 낮에는 성실과 노력을, 저녁에는 반성과 기도를』 가훈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다는 그는 현재 칠곡본당 평협부 회장으로 봉사의 대열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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