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기위한 대문앞에서 큰 절 올리고 철저하게 그 분과 마주 서서 함께 손 잡고 나아가려는 지순한 마음이 창줄해낸「그 분의 지게짐」이 그렇게 무겁지만은 않았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모두의 마음안에 기다리며 그분의 요람을 준비하는 대림절의한 가운데인 구랍 19일 거행된 대구대교구 효목동본당 영세식장은 지게를 지고 세례를 받으러 성당에 들어온 이두용(아우구스띠노ㆍ51歲ㆍ대구시 신천동)씨의 모습으로 잠시 술렁거렸다.
짧게 깎은 머리 한복바지 저고리 짚신차림에 하늘천자 지게를 지고 입장한 이씨의 모습에 신자들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박형진주임신부가 영세식강론에서 대신한 이氏의「그만하기까지의 뜻」에 머리를 끄덕일수 밖에 없었다.
36년간 열심한 불교신자로서 생활해온 이씨는 그동안 많은 번뇌와 갈등속에서도 대자연의 힘과 죄의 문제, 그리고 최고의존재인 하느님의 문제는 가장 큰 사슬이었다.
따라서 가톨릭신자인 부인과의 종교적 정신적 갈등도 심했으나 어느날『가톨릭을 구경이나 하자』싶어 교리를 배우고 성직ㆍ수도자들과 열린 토론도 하다보니 재미도 있거니와 자신이 안고있는 정신적 문제들의 답이 하나씩둘씩보여지기 시작했다.
비오는 밤이면 혼자 성체등만이 반짝이는 깜깜한 성당에서「그 분과의 만남」을 위해 간절히 두 팔 벌렸으며 이렇게 시작한 만남을 통해 이氏는 가장간단하면서도 어려운 그리스도교의 핵심인「사람」을통해 파생되는 眞理를 터득하면서 행동으로 옮겨나가는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오만불손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지면서 대자연과 하느님앞에서 자신의 미약한 존재를 되돌아보고 또 그리스도께서 사랑으로 지셨던 인간의 죄의 지게를 나누어 지고싶은 이 氏의 굳은 결심과 각오는 참으로 비장했다.
그는 고민끝에 본당신부와 상의, 하느님대전에 나아가는 거룩한 영세날, 그의 결심을 봉헌하고 아울러 그 결심이 흔들리지않도록 하기위한 외적표시로 진짜 지게를 지고 세례를 받기로했다.
특히 그의 지게는 하늘天字지게로 하늘과 사랑과 봉사와 자비와의 관통을 뜻하는 이외에도 십자가를지신 하느님아버지의 아들처럼 자신도 하느님의 아들이기에 그분의 지게를 지면서 참회와 기도로 그분안에서 용서받으며 새로운삶을 시작하겠다는 희망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또 이氏는 죄의 때를씻고 새로운 그리스도의 옷을 입어야하는 영세식이기에 목욕재계후 모든 것을 새것으로 갈아입고 머리마저 짧게 잘라버렸다.
특히 이씨의 이 의도안에는 모든 외적인 요소를 20분의1로 축소하겠다는 비장한 결의가 감추어져 있었는데 머리도, 의복도, 짚신도 다 평소의 20분의1로 줄이게 된것도 바로 李氏의 이굳은 결의에서 비롯된 것.
또한 가난한 농가의 아들로 태어난 이 씨에게 있어서의 지게란 평생지게를 지다 돌아가신 부친과 농촌에서 여생을 보내고있는 모친에 대한 위로와 감사의 표시이기도 했다.
현재 대구 제3공단 상무이사이자 예비군 연대장이라는 직책에 어울리지않게 요즘도 시골에 갈때마다 아들과 함께 나뭇짐을 지고있는 이 氏는 또 부인의 박해(?)에도 아랑곳 없이 자신을 추스려야 할 때는 예의 그 지게를 지고다니며 사무실에 두고 결심을 다진다.
『입으로의 신자가 아니라 그분과의 지속적인 만남안에서의 신자가 중요하겠지요』라며 새 사람의 결의를 다지는 李 아우구스띠노씨는 앞으로의 生이 주어진다면 모든 노력과 정성을 다해 지금까지의 죄를 사해주신 하느님의 은혜를 사랑과 봉사로 갚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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