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가정을 꾸려 나가는 어머니이며 또 사회 생활을 하는 직업인이기도 하다.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분주하다 못해 허동거리는 생활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머리에는 흰 머리 카락이 생기고 이마에는 잔주름이 잡히기 시작됐다.
주일이면 어김없이 미사 참례를 하는 신자이기도 하지만 내가 걸어온 생활 가운데 나의 세속의 생활에 비하여 영신적인 생활은 얼마나 성장했는지…하느님께 부끄럽고 죄스럽다.
얼마전 나는 성당에서 신부님의 강론을 통해서 마음 속에 찡하고 울려 오는 그 무엇을 느꼈다. 그것은 주일에 성당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께 무엇을 원하듯 기도, 자신과 그리고 가족을 위한 부탁의 기도를 하러 오는것은 아닌지, 또 얼마의 헌금을 하느님께 바치는 것으로 신자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 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우리가 깊이 반성해 볼 필요가 있을 것 이라고 했다. 지나간 일주일 동안 각자의 생활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일, 착한일, 남을 위해서 봉사한 일, 이웃을 돕고 사랑한 일, 다시 말해서 자신의 행위를 통해서 기쁨을 가졌던 일들을 하느님께 말씀 드리고 이것이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선물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후 얼마 뒤 였다.
나는 아침 출근길에 마침 성당 앞을 지나치다가 문득 신부님의 강론 말씀이 떠 올랐다. 그런데 까맣게 잊고 있었던 한 주일이 다 지나가고 바로 그 날이 토요일이 아닌가. 내일이 주일인데, 나는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릴 모래알 만한 일도 한 것이 없으니 어쩐지 마음이 초해지고 불안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좀처럼 내가 있는 사무실에는 걸인이 돈을 구걸하러 들어오지 않는 곳인데 어찌된 일인지 날루한 옷차림을 한 할아버지가 나에게 와서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닌가.
나는 얼른 돈 몇 푼을 그 할아버지께 주고 나니 아침 출근 때 가졌던 불안한 마음이 조금은 가시는것 같았다. 그 후 나는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릴 작은 선물이라도 만들어 볼려고 내 능력도 분수에 맞는 범위내에서 남을 기쁘게 하는 일을 찾으려고 노력해 본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할 때보다 그 생각을 잊어버리고 사는 주일이 더 많으니 어쩌랴. 요즈음 나는 무슨 일이 좀 생겨서 잠시 집에서 쉬고 있다. 참으로 오랜 만에 집에서 쉬게 되니 전에 찾지 못했던 집안 일이 많이 생겼다. 내가 집을 비우느라고 맛있는 것도 못해준 아이들에게 입에 맞는 반찬도 해주고 저녁 상에 함께 둘러 앉아 오손도손 이야기도 하며, 그 동안에 쌓였던 피로를 풀고 세속의 잡다한 고뇌도 달래본다.
또 매일 성서를 구약부터 읽기 시작했다. 전에도 성서를 안 읽은것은 아니다 지금처럼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비우고 차분히 읽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읽어 갈수록 참으로 모든 근원이 하느님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되었나. 하느님과 내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것 같이 느껴지고 전보다 훨씬 내가 하느님과 친한 것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번 주일에는『천주님, 제가 남을 위해서 한 일은 없으나 성서「레위기」까지 읽었읍니다』하고 말씀 드려야지, 나는 오늘 그런 생각으로 성서를 펼치고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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