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의 몸으로 혜화동서울대, 신학교에서 30여년간 교수신부 신학생들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함께 살아온 朴應七(필립보)씨가 지난 2월 7일 오후 4시40분 대신학교구 내 자택에서 급성 심장마비로 외롭게 살아온 이승을 하직했다. 향년 66세.
평양시에서 샬뜨르 성바오로수녀회가 운영하던 양로원에 잡부로 일하다 해방 후인 47년 월남, 대신학교 구내에 거주, 6ㆍ25동란시 대신학교가 대구로 피난갈 때도 함께 피난하기도 하는 등 대신학교의 산 증인인 朴씨의 영결미사는 지난 2월 9일 오전 9시 대신학교 성당에서 봉헌됐다.
대신학교장으로 거행된 朴씨의 영결미사는 대신학교 직원ㆍ용원 등 1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무처장 김택구 신부 주례로 학장 최윤환 신부 등 10명의 교수신부가 공동집전했으며 방학 중 소식을 전해들은 대신학생이 참석, 성가를 불렀다.
사고무친의 朴씨 영결미사에는 대신학교 직원들이 대거 참석, 불구의 처지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밝고 착하게 살다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날 영결미사 주례한 사무처장 김택구 신부는『장애자의 몸으로 대신학교에서 궂은 일을 마다않고 도맡아 처리해 온 朴씨의 공로는 하느님으로부터 받을 것』이라고 말하고「장애자의 해」인 지난해에 함께 생활하면서도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것이 못내 한스럽다고 회상하면서『살아 생전에 다못한 사랑을 기도를 통해 영복을누리게 하자』고 강조했다.
1916년 5월 3일 황해도 신천군 남부면에서 출생한 朴씨는 배냇병신으로 하반신 성장이 되지 않아 나무로 만든 짤막한 손잡이에 의지하면서 독신으로 살아 왔다.
서모의 학대에 못견뎌 집을 나와 구걸로 언명하던 朴씨는 전교활동을 하던 샬뜨르성 바오로회 백 수녀에 의해 평양에서 수녀회가 운영하던 양로원에 잡부로 들어가 짚신말이 봉제 책제본 구두수선 등 손으로 할 수 있는 기술을 익혀 나름대로 봉사해왔다.
해방 후『공산당 치하에서 불구자는 모조리 잡혀 처형당한다』는 풍문에 월남을 결심한 朴씨는 47년 3월 양기석 신부의 도움으로 월남, 평양 양로원에 보내준 백 수녀가 대신학교 경리책임자로 오게 돼 대신학교와 인연을 맺었다.
朴씨는 대신학교 교수신부ㆍ학생, 직원들의 구두를 수선해주고 하수구 청소 풀뽑기 등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 대신학교가 학교 구내 목공소 옆에 마련해준 숙소에서 숙식해왔다.
열심한 기도생활과 자기헌신으로 이웃에 표양을 보여줌으로써 복음을 전한 朴씨는 평소 감기 한번 앓은 적이 없는 건강을 유지해왔는데 병원에 갈 사이도 없이 편안히 운명, 주위에서는『평소의 기도생활과 생전의 봉사활동으로 선종의 은혜를 입었다』고 입을 모았다. 朴씨는 대신학교 직원과 신학생들에 의해 포천 혜화동 천주교회묘지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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