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간 삭월세방에서 72세의 홀어머니를 모시고 번데기 행상으로 생활하는 36세의 노총각 金丙九씨(베드로ㆍ수원 북수동본당). 18년간의 투병생활 후 원쪽다리를 쓸 수 없는 하반신 불구의 그는 이 세상에서 값진 것이라고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세속의 눈으로 볼때 하잘것없는 존재인 그가 신앙 안에시 하느님의 사랑을 깨달아 『나보다 더 불행한 이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해야 되겠다』는 일념으로 밤ㆍ낮을 가리지 않고 틈만 나면 경기도립 수원병원의 무의탁 환자실을 찾고있다.
충북 제천이 고향으로 3남매 중 장남인 金씨는 6ㆍ25때 청원군으로 피난와 홀어머니와 두동생과 함께 이곳에 정착했다.
워낙 가난한 생활이라 국민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 14살 때 쌀 한가마니를 받기로 하고, 이웃집 일꾼으로 들어간 것이 불행의 시초가 될 줄은 꿈에도 알 수 없었다.
하루는 어른 일꾼들과 함께 무리하게 먼 산까지 나무하러 간 것이 화근의 시초였다. 무리하게 일하고서 귀가해보니 다리가 퉁퉁 붓고 아파 동네에서 주사를 맞은 것이 부작용을 일으켜 기절하여 두 달 동안 혼수상태에서 사경을 헤맸다.
홀어머니의 극진한 정성으로 깨어나보니 왼쪽다리 뼈속에서 고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골수염 이었다. 동네 이장의 주선으로 충북도립병원에 무료로 4년간 입원한 것을 비롯 5년전까지 18년 동안 병마에 시달려야 했다.
18년동안 낫지않던 이병이 우연한 기회에 듣고 사용한 한약으로 완치되긴 했으나 불구의 멍에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눈물과 좌절과 고난의 투병생활로 젊음을 송두리째 앗겨버린 金씨였지만 병상에서 전해들은 복음말씀을 따라 퇴원 후 스스로 성당을 찾아 10년 전 청주 서운동성당에서 길 신부로부터 영세했다.
『조그만 믿음 하나로 겨우 마음을 의지, 타락하지 않고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신앙속의 기쁨을 느낄 수는 없었지요』
이렇게 자신이 살아온 생활을 회상하는 金씨는 지난해 자신의 본당인 수원 북수동성당에서 실시한 성령세미나에 참여한 후 하느님의 섭리를 깨달아 새사람이 되었다.
『성령세미나에서 「사랑」과 「지혜」를 요청했습니다. 그랬더니 이것이 이루어져 너무나 기뻐서 그냥 웃음이 절로 나와 밤에도 혼자 웃었습니다. 마음 한구석에 있던 불구의 그림자도 씻은 듯이 없어졌고요. 성령께서 하느님의 사랑을 충만히 깨우쳐 주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깨닫고 나니 그냥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기쁨으로 병원을 찾아나선 것입니다』
『누가 시켜서는 이러한 일을 도저히 할 수 없다』는 金씨는 『십자가를 통해서만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고 그리스도께로 갈 수 있음』을 깨달아 병상에서, 고통의 상처 바로 그 자리에 주님의 십자가가 함께 있었음을 체험하고 있다.
또한 金씨는 요즈음 석유난로에서 하느님 사랑의 지혜를 깨닫고 있다. 『사랑의 기름을 태울 때 하느님은 계속 채워주십니다. 태우지 않으면 난로는 부패합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넘치게 받았으면 우리는 태워야 합니다』 국민학교도 나오지 못한 金씨의 이 같은 체험담은 하느님의 사랑과 지혜가 함께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 같은 그의 신앙체험담과 도립병원의 무의탁 환자 방문은 수원시내 신자들에게 자극을 주고 있으며 주민들에게는 강동을 심어주고 있다.
金씨가 수원으로 이사온 것은 불과 3년 전. 퇴원 후 춘천에서 시계기술을 익힌 金씨는 자수성가하여 장애자를 돌보겠다는 꿈도 있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못해 수원 서문리에서 가게가 딸린 방을 얻어 분식센타를 차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빨리 돈을 벌어 착한 아내를 맞아 자기 때문에 무던히도 고생하신 노모에게 효도해보겠다는 조급한 마음에 지난해 봄 북수동 신용협동조합에서 1백만원을 융자받아 시내중심가인 장안사거리에 식당을 개업한 것이 실패, 지동시장 뒤 삭월세방으로 옮겨 앉으면서 지난해 가을부터 번데기 행상에 나섰다.
날씨가 좋은날 번데기 한말을 팔면 이익은 4천원. 요즘같이, 추운 날에는 3일에 한말 정도를 팔수 있으니까 생활의 어려움은 말이 아니다.
그러나 주님의 사랑과 진리를 깨우친 金씨는 사업실패로 인한 부채 1백만 원의 부담까지 안고 있으면서도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고 있다.
『도립병원에 입원한 무의탁 환자들이 퇴원하면 갈 곳이 없어 걱정입니다』 자기보다 더 불우한 이웃에 사랑을 쏟는 金씨는 이들 퇴원환자들에게 직업을 알선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겠느냐고 호소하고 있다.
『가난에 불구까지 겹친 나에게 착한 아내가 나타나길 지금도 원하고 계시는 홀어머니가 한편으로 걱정』되기는 하지만 『가능한한 독신으로 전심전력, 하느님의 사랑에 힘입어 봉사의 생활을 하고싶다』는 金씨는 기술학원을 설립, 장애자들을 모아 함께 사는 일과 사랑의 봉사단을 결성, 무의탁 불우환자들을 도우는 일에 생애와 생명을 다바쳐 헌신하고 싶다는 포부에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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