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세상에서 지은 죄를 못다갚고 할일을 못다한 채 주님의 부름을 받고 갑니다』
지난 10월 4일 한 평생을 하느님 복음전파에 몸바쳐 온 무명의 전교사도 윤기향(네나다) 여사가 병자성사를 베푸는 변갑선 신부(대전 대사동 본당 주임)에게 남긴 마지막 육성이었다. (본보 10월 11일자)
윤여사는 1917년 4월 19일 경북 칠곡군 동명면 송산동에서 부친 윤창희씨와 모친 양소영(데레사) 여사와의 5남 3녀 중 맏딸로 태어났다.
19살되던 해에 부군인 신이송씨와 결혼할때까지 그는 온갖 불우한 환경속에서 어린시절을 보냈고 결혼 후에는 만주로 북경 등지로 전전하면서 삶의 고통은 있는대로 맛보았다.
해방과 함께 고국에 돌아온 윤여사는 대구ㆍ부산을 누비며 비단행상을 하는가하면 가난의 설움에서 벗어나보고자 닥치는대로 돈을 벌어 차츰 생활의 안정을 찾을 무렵인 53년 6월 28일 드디어 부산 중앙성당에서 영세를 받는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윤 여사는 56년에 남편과 사별하는 또 하나의 아픔을 씹으면서 대전으로 이사. 이때부터 본격적인 전교활동에 착수했다.
그로부터 별세할때까지 윤 여사는 교회의 일이라면 발 벗고나서 하루에 미사를 2대 이상 참여하는가 하면 각종 피정에는 어김없이 참가하여 신심을 쌓고 레지오 26년 재속삼회연도회 26년이라는 놀라운 활약과 열성을 보였다.
특히 그는 남의 궂은 일과 어려운 일에는 일신의 안일을 불고하고 돌봐주었고 대전에서는 처음으로 신학생 후원회 창설멤버로 들어가 사제양성에 물심양면의 정열을 쏟았다.
윤 여사의 전교로 가톨릭에 귀의한 신자가 줄잡아 1백50여 명, 대녀만도 50여 명이란다. 그의 이와같은 희생적인 복음전파는 김수환 추기경의 레지오 마리애 20년 개근표창. 황민성 주교의 10년 개근표창 기타 10여회의 유공 감사장이 증명해주고 있다. 윤 여사는 억척같이 모은 재산을 교회에 남김없이 내놓고 갔다.
작게는 어려운자 불우한자에서부터 크게는 1백50평의 부지와 건축비를 구직공소에. 또 2백70평을 진잠본당과 사제관 신축에 선듯 내놓으면서도 이름을 밝히기를 사양했다.
그뿐이 아니다. 말년에 와서는 그의 마지막 재산인 대전시 대흥동 소재 2억 원이 넘는 대지를 아낌없이 교회에 헌납함으로써 그리스도의 모범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하느님께서 일시 맡기신것 하느님께 되돌려 드리는 것이 자녀의 도리이다』이 한마디로 그의 마음씨를 알고도 남는다.
윤여사는 비단 교회에만 정성을 쏟은 것이 아니다. 10여 년 이상을 대한적십자사 회원으로 활약하면서 눈부신 봉사황동으로 각계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만년에는 늙은모습이 전교에 영향을 미치자 가발에 화장까지하여 언제나 나이를 55세라고 낮출만큼 한 몸을 몽땅 주님께 향하려는 몸가짐을 잊지 않았다고. 별세하기 며칠전 윤여사는『내눈을 기증하니 불우한 사람에게 빛을 주라』고 유언했으나 공교롭게도 운명하던 날이 주일이라 시간관계로 뜻을 이뤄주지 못했다.
오른손이 하는일을 왼손이 모르듯 충실한 하느님의 종으로서 예순다섯 일생을 오직 주님의 가르침에 순종하다가 맨손으로 돌아간 윤기향 여사!
대전 대사동 본당회장 이희명씨는 그의 유덕을 추모코자 동상건립을 추진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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